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휘은 May 01. 2023

나를 한계 속으로 밀어 넣으면 안 된다

아놀드 토인비의 저서 ‘역사의 연구’ 에서 과도하게 도전적인 상황에서는 문명의 발전과 성장이 아니라 쇠퇴에 직면하게 된다고 했다. 운동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에서도 과도하게 도전적인 상황에서는 몸을 단련시키지 못하고 되려 부상을 유발한다. 그러면 과도하게 도전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무슨 상황인가?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 몸을 짓누르는 상황에서도 몸을 통제할 수 있다면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단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내가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어느 날 아내가 운동을 하다가 허리가 아팠다고 하면서 나에게 아팠던 동작을 보여줬다. 아내가 했던 동작의 이름은 V-Sit이다. 하늘을 향해 보고 누워서 엉덩이는 땅에 붙이고 상체와 다리를 땅에서 띄우는 동작이다. 아내가 다리를 들 때 무릎을 굽히고 다리를 들면 허리가 아프지 않았지만, 무릎을 펴면서 다리를 드는 순간부터 아팠다고 했다.


아픈 이유는 명확하다. 아내가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동작을 했기 때문이다. 복근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동작을 취하니, 허리가 아파오는 것이다. 즉 아내는 무릎을 굽혀서 동작을 할 때는 동작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무릎을 편 동작에서는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아내는 무릎을 굽혀서만 운동을 했어야 했다. 그래야 복근이 단련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무릎을 핀 자세를 고집했다면 단련은 고사하고 허리만 상했을 것이다.  운동은 몸을 단련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그 수단이 나의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드물기는 하지만 나에게 운동지도를 받으셨던 회원님들 중에서 운동에 열정이 넘치시는 분들이 계셨다. PT(Personal Training)를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능동적으로 수업을 받기가 어렵다. 이유는 회원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임할수록 트레이너는 운동강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 수동적으로 수업에 임한다. 아니면 운동이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동적으로 수업에 임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 분들은 내가(Trainer) 설정한 운동강도를 다 소화하신다. 그러면 나는 운동강도를 높인다. 그러면 또다시 이 분들은 그 강도를 소화하신다. 보통내기가 아니다. 평범하지 않은 이 분들을 나는 유심히 관찰해 봤다. 그리고 나는 이 분들의 특징을 발견했다. 그 특징은 ‘주어진 과제를 어떻게든 해낸다.’ 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해 보이고 장점처럼 보인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어진 운동강도를 어떻게든 해내기 위해서 몸이 혹사되더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서 ‘혹사’ 의 뜻은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몸을 노출시킨다는 뜻이다. 어떻게든 해내기 위해서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익숙한 이 분들은 통증에 둔감하다. 그래서 이 분들은 ‘이 정도 통증은 참을 수 있어.’ 이다. 어지간한 통증으로는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참고로 여기서 발생하는 통증은 관절과 근육이 손상될 때 발생하는 통증이다. 운동을 하고 다음 날 발생하는 근육통과는 다르다. 어쨌든 ‘이 정도 통증은 참을 수 있어.’ 라고 생각하며 운동하는 것은 위험하다.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운동을 통해서 몸이 단련되어야 하는데, 부상을 당하는 것은 잘못되어도 아주 잘못되었다.


어릴 때 유도선수생활을 했었고, 선수생활을 그만두고서도 사회인야구 등으로 스포츠활동을 꾸준히 하셨던 50대 남성 회원님을 수업했던 적이 있다. 이 분은 몸에 성한 곳이 없다. 아킬레스건 완전파열부터 시작해서 허리와 목 디스크, 팔꿈치 및 어깨 인대손상, 고관절 충돌증후군 등 안 좋은 곳이 많으신 분이다. 이 분은 ’어떻게든 해낸다.‘ 의 전형적인 예이다. 이 분이 그 전형적인 예라고 느낀 때는 ‘내 몸이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아서 답답하다.’ 라고 말씀은 하시면서도 여전히 주어진 운동강도를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시기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운동을 제지했다. 몸이 좋아지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회원님께 이런 질문을 드린 적이 있다. “과거로 돌아가시면 이 정도로 다칠 때까지 운동하실 것 같으세요?“ 라고 여쭤봤다. 대답은 ”아니요.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서 운동할 것 같아요.“ 라고 답하셨다.


나는 회원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운동하는 것은 좋지 않다.‘ 는 것을 재고할 수 있었다.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운동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나를 밀어 넣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상황에 나를 밀어 넣는 것은 명명백백한 헛수고다.

이전 13화 나를 한계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