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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휘은 Sep 12. 2023

다음을 위한 마지막 관문

부상과 통증

2018년의 어느 날 나는 근력이 근육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근력이 강해지거나 약해지면 근육의 크기도 커지거나 작아진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에 나는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운동은 ‘파워리프팅’ 이었다. 파워리프팅은 3대 운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쾃,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가 그 구성요소이다. 파워리프팅 외에도 운동을 했지만, 나는 3대 운동을 중점으로 근력을 키웠다.


근력 운동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무거운 무게로 운동하는 것은 가벼운 무게로 운동하는 것과 운동의 난이도 차이가 많이 난다. 단순히 무게가 무거워서 운동의 난이도가 높은 것보다는 자세를 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힘이 좋더라도 자세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다치기 일쑤이다. 따라서 무거운 무게로 운동하기 위해서 힘도 필요하지만 자세를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힘이 약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운동할 때 기술은 없더라도 힘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그럭저럭 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힘 덕분에 나는 파워리프팅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기술이 필요한 수준에 다다르자, 나는 다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수술을 해야 하거나 몇 달 동안 운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다치지는 않았다. 그 정도로 크게 다치지 않은 이유가 소극적으로 운동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크게 다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작은 부상들이 생길 때마다 부상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 분석하고 공부한 뒤에 해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다쳤을 때, 내가 무리하게 운동했다고 생각해서 덜 무리하는 방향으로 운동을 했거나(일면으로는 무리했기 때문에 다치는 것은 맞다) 기존에 했던 같은 방법을 고수하고 단순히 더 많은 노력을 부어 운동했다면 반복해서 부상이 생기거나 체력적으로도 제자리이거나 안 좋아졌을 것이다. 나는 부상의 원인이 내 능력 밖으로 운동을 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내 생각은 맞았다. 나는 그 무언가를 찾았고 운동에 적용했다. 그 결과 전에는 부상을 당했던 상황에서 부상이 더는 발생하지 않았다. 가장 기분 좋은 것은 부상을 당하기 전보다 더 강한 근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파워리프팅을 열심히 하던 시기를 지나서 나는 2020년도부터 ‘역도’ 에 관심을 갖고 운동을 했다. 역도는 무거운 무게의 바벨을 들고 몸을 빠르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운동 난이도가 높은 운동이다. 그래서 나는 역도를 통해서 몸과 운동에 대한 안목을 한층 더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워리프팅을 시작했을 때처럼 역도를 시작하고 나서 온갖 부상과 통증이 발생했다. 승모근과 견갑거근 부상, 어깨 충돌증후군, 허리와 고관절 통증, 발바닥 통증이 그 예다. 나는 과거 파워리프팅을 할 때 생긴 부상들을 분석하고 공부했듯이 역도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부상과 통증을 분석하고 공부했다. 그 결과는 파워리프팅 때와 같았다. 부상과 통증이 더는 발생하지 않았고 체력도 한 단계 더 좋아졌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부상과 통증들은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려는 시도에서 생겼다. 시도하지 않고 기존에 하던 방식과 노력만큼 운동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것들이다. 부상과 통증이 있기 전의 과거의 나와 비교했을 때 현재의 나는 더 높은 수준에서 몸을 이해하고 있고 운동하고 있다. 부상과 통증이 생겼던 그 당시에도 나는 내가 거쳐야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고 이 과정을 통해서 더 성장한 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생각은 매번 맞았다. 부상과 통증은 내게 새로운 영역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였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부상과 통증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대범하게 해보지 않은 것들을 시도하려고 한다. 전에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면, 당연하게도 전에 없던 새로운 결과를 얻는다. 그 결과가 늘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새로운 결과가 나에게 긍정적이기 위해서는 그 결과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부상과 통증이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있어야 그 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개선할 수 있다. 제아무리 나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결과물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내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 결과는 나에게 무용지물이거나 짐만 될 뿐이다. 결국 복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종목이든 정점에 서본 운동선수들이 운동 중에 한 번도 안 다친 경우는 없다. 그들도 부상을 통해서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해서 진전한 사람들 아니겠는가. 운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 운동선수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풍부하게 누릴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운동을 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상과 통증 그 자체로써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 면에서 더 나은 신체와 체력을 갖기 위해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부상과 통증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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