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 속도
슬하에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들이 있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들이 뛰면 어떻게 될까. 십중팔구 아니, 100% 넘어진다.
동작 속도는 운동을 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운동을 할 때 어떤 운동을 할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또는 얼마나 많은 운동량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만 고려하는 것 같다. 동작 속도는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동작 속도에 따라서 몸이 받는 자극도 달라진다. 빠른 동작 속도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빠르고 느린 동작에는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전력질주뿐만 아니라 걷기에도 미학과 특장점이 있듯이 말이다.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운동했을 때,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동을 할 수 있다.
체력은 여러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체력은 방위체력과 행동체력으로 먼저 나뉜다. 방위체력은 질병과 환경의 변화를 극복하는 힘이다. 행동체력은 건강 관련 체력과 운동 관련 체력으로 다시 나뉜다. 건강 관련 체력은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유연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운동 관련 체력은 민첩성, 평형성, 협응력, 스피드, 순발력, 교치성으로 구성된다.
빠른 동작 속도는 운동 관련 체력의 구성요소 중 순발력을 강화시킨다. 순발력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면 당연하게도 근육의 활동속도가 빠르다. 이를 근육의 수축속도가 빠르다고도 한다. 그런데 건강 관련 체력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근력은 순발력의 특징과 다르다. 근력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인데, 빠른 근육수축에서는 최대 근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되려 천천히 근육이 수축해야 최대 근력이 발휘된다. 그러므로 동작 속도에 따라서 근력이 더 강화될 수도 있고, 순발력이 더 강화될 수도 있다. 이를 이원론적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이 속도에서는 근력만 강화되고 저 속도에서는 순발력만 강화된다고 생각하는 방식의 이원론적 해석은 잘못된 이해이다. 동작이 빨라질수록 순발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고 느려질수록 근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뿐이다. 어느 속도이든 근력과 순발력은 같이 강화된다. 근력과 순발력은 상호보완적이다. 순발력이 강화되면 근력도 같이 강화되고 근력이 강화되면 순발력도 같이 강화된다. 다만, 중요한 점은 동작 속도에 따라서 집중되어 강화되는 체력이 다르다는 점이다.
빠른 동작은 느린 동작에 비해서 힘줄에 실리는 장력이 커진다. 힘줄은 근육과 뼈를 연결한다. 또한 힘줄은 신장성 수축처럼 탄성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즉, 힘줄도 근육처럼 탄성력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힘줄은 탄성을 이용하여 근육의 활동을 돕는다. 만약 빠른 동작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육이 그 속도에 반응하지 못한다면 힘줄은 근육이 반응해주지 못하는 만큼 받는 장력이 커진다. 힘줄이 받는 장력이 커질수록 힘줄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동작 속도를 주의해야 한다. 근육이 동작 속도에 잘 반응해야 힘줄 손상을 줄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힘줄에 큰 손상을 주지 않는 동작 속도로 운동을 해야 한다. 힘줄에 장력이 가해지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적절한 장력이 힘줄에 가해진다면 힘줄은 근육처럼 그에 적응하고 강화된다. 강화된 힘줄은 더 강한 탄력과 내구성을 갖는다. 더 강한 탄력과 내구성을 가진 힘줄은 운동 성능 향상과 부상예방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빠른 동작 속도에 몸이 반응하지 못하면, 운동효과가 저하된다.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근육에 적절한 장력을 실어주지 못한다. 운동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근육에 장력을 실어주어서 강화를 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효과가 저하된다. 또한 힘줄뿐만 아니라 인대와 같은 관절 결합조직에도 손상이 생길 수 있다. 힘줄과 인대를 포함해서 관절 결합조직은 근육보다 회복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부상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운동을 지도한 경험을 비추어 봤을 때, 동작을 천천히 하려고 하시는 회원님은 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아마도 동작을 빠르게 하면 회원님들께서 체력적으로 덜 힘드시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빠르게 동작하는 것이 좋기 위해서는 먼저 천천히 동작해야 한다. 몸을 통제할 수 있는 선에서, 근육에서 힘이 느껴지는 선에서 동작이 빠르고 느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