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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휘은 Apr 19. 2023

몸이 유연하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가동성

몸이 유연하면 좋다. 하지만 유연할수록 유연한 몸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다. 그 힘이 부족할 경우 몸은 다치기 쉬워지고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운동을 할 때는 유연성보다 가동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동성은 근육이 힘을 주면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다. 반면에 유연성은 근육이 힘을 주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다. 가동성과 유연성은 힘을 기준으로 구분된다. 두 차이점은 능동적이냐 수동적이냐이다. 가동성은 능동적이고 유연성은 수동적이다.


SLR(Straight Leg Rasie)이라는 운동을 예로 가동성과 유연성을 설명해 보겠다. SLR은 하늘을 보고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 운동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하늘을 보고 다리는 곧게 펴서 눕는다. 발끝은 하늘을 보게 하고 무릎을 편 채로 한 다리씩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이 운동으로 가동성 운동도 할 수 있고 유연성 운동도 가능하다. 우선, 가동성 운동으로써 SLR은 앞허벅지 근육으로 힘을 발휘하여 다리를 들어 올리는 운동이다. 이처럼 자신의 근력으로 움직인 범위를 가동성이라고 한다. 유연성 운동으로써 SLR은 파트너가 한 다리를 대신 들어주든 도구를 이용해서 다리를 들든 외부의 힘을 이용해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 운동이다. 이처럼 외부의 힘으로 인해서 다리를 들 수 있는 범위를 유연성이라고 한다.


가동성의 범위는 유연성보다 좁을 수 있다. 그러나 가동성과 유연성의 차이가 클수록 다칠 확률이 높다. 가동성은 움직임 범위 끝 지점에서 기능적인 조절을 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유연성이 좋아서 관절을 크게 움직일 수 있는데, 그에 비해 가동성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부상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근육을 더 늘리려고 하기보다는 나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넓히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넓은 가동성을 가진 근육과 관절은 부상위험을 줄이면서도 더 넓은 범위에서 운동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동작과 상황에서도 몸을 제어하여 관절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운동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서 몸을 급히 움직이게 됐을 때 가동성 안에서 움직였다면 몸을 다쳤더라도 가동성 밖에서 움직였을 때보다 작게 다쳤을 것이고, 아예 다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처럼 넓은 가동성은 몸의 안정성을 확보한다. 또한 좁은 가동성과 대비해서 넓은 가동성은 운동을 할 때 능동적으로 근육을 더 늘리고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근육 섬유가 사용되고 근육 내부의 혈액 순환을 활발하게 함으로써 근육 섬유의 대사 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근육 발달과 체력강화에도 이점을 가진다.


넓은 가동성은 협응력과도 관련이 있다. 협응력은 여러 개의 근육들이 조화롭게 협력하여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즉, 다수의 근육들이 함께 움직여서 하나의 조율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협응력이 좋지 않은 경우는 어떤 근육은 움직이고 어떤 근육은 움직이지 않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움직이는 어떤 근육이 과도한 활동으로 인해서 상처가 나거나 통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협응력이 약화되면 운동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관절이 불안해져서 종국적으로 근육과 관절의 부상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협응력은 운동효과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건강에 중요한 요소인데, 넓은 가동성은 협응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넓은 가동성을 갖는 것 자체가 강한 협응력을 요구한다. 신체의 움직임은 하나의 근육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좁은 가동성을 가진 근육은 더 좁은 움직임 범위를 가지기 때문에,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더 적게 일어난다. 이는 근육이 더 적은 노력을 하게 되고, 근피로가 낮아진다. 낮아진 근피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운동을 하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근육에 적절한 피로를 유발해야 한다. 따라서 여기서 낮아진 근피로는 낮아진 운동효과와 효율로 봐야 한다. 운동효과뿐만 아니라 좁은 가동성에서 운동을 반복하면 몸은 그 가동성에 맞는 움직임을 학습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체기능이 약화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좁은 가동성을 갖는 이유가 협응력 약화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근력을 강화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행위는 되려 가동성을 늘리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코어 운동부터 시작하는 등으로 협응력을 먼저 강화시키면 자연스럽게 가동성이 늘기 시작할 수 있다.


가동성을 개선하고 유지하는 것은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중요하다. 나의 가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더 많이 운동하거나 땀을 내는 데 집중한다면, 운동이 아니라 고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모든 근육과 관절을 완전한 가동범위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거나 매우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가동성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운동할 때 가동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멋진 생각이다. 그 생각에 따라서 현재를 개선하고 강화해 나간다면 단순히 더 많이 운동하는 것보다 유의미한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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