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방향
나는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바벨’ 이라는 운동도구로 운동을 해왔다. ‘케틀벨’ 이라는 운동도구는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바벨이 익숙하고 케틀벨은 미숙하다. 운동 동작 중에 ‘프레스’ 라는 동작이 있다. 머리 위로 도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나는 바벨을 이용해서 프레스를 나름 해왔기 때문에 케틀벨로 하는 프레스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케틀벨이라는 도구로 프레스를 하면 바벨과 다르게 어렵고 힘들었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뭔가 제대로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케틀벨의 무게가 내 근력에 대비했을 때 무겁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어느 날 나는 마찬가지로 케틀벨로 프레스를 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케틀벨로 프레스를 하면 왜 어렵고 힘든지 알았다. 그 이유는 바벨과 케틀벨이 내 몸을 누르는 힘의 방향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내가 바벨로 프레스를 하듯이 케틀벨로 프레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케틀벨이 내 몸을 누르는 힘의 방향을 이해하고 운동을 해봤다. 그 결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사라지면서 동작이 훨씬 쉬워졌다. 전과 같은 무게로 운동을 했는데도 말이다. 또한 어떤 근육을 사용하고 있는지도 전보다 정확하게 느껴졌다.
운동을 할 때, 근육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운동효과가 커지고 힘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운동효율이 높아진다. 또한 힘에 대한 이해는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힘에 대한 이해를 근육의 이해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운동의 목적지는 신체적 단련이라는 생각에서 이런 비유가 떠올랐다. 근육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운동을 하려는 것은 마차를 끄는 여러 말들이 한 방향으로 달리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달리기 때문에 앞으로 제대로 나아갈 수 없는 것과 같고, 힘에 대한 이해만으로 운동을 하려는 것은 목적지 없이 마차를 끄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운동을 위해서 근육에 대한 이해와 힘에 대한 이해가 결합되어야 한다.
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운동할 때 발생하는 힘을 수학적으로 계산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또한 힘에 관한 요소들에 무엇무엇이 있는지 다 알지도 못한다. 다만, 이것들이 운동효과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안다. 뉴턴의 운동 법칙부터 시작해서 힘에 관한 요소는 다양하지만, 저항 방향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저항 방향을 이해해면, 운동을 하다가 다치는 일도 줄일 수 있고 몸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종국적으로 운동효과가 커진다.
저항 방향의 이해를 위해서 물이 든 500ml 생수를 한 손에 들고서 머리 위로 들어본다고 가정해 보겠다. 생수를 머리 위로 들 때에 팔꿈치를 편 채로 앞으로 나란히 하면서 생수를 머리 위로 드는 것과 생수가 몸에서 멀어지지 않게 몸에 붙이면서 머리 위로 드는 것을 비교했을 때 전자는 후자에 비해서 더 힘들게 생수를 머리 위로 들게 된다. 전자와 후자를 비교했을 때 이동거리가 늘어나고 몸의 중심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에 더 힘들어진 것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원인은 저항 방향에 맞지 않게 생수를 머리 위로 들었기 때문이다. 중력에 의해 생수는 수직 저항을 받고 있다. 따라서 수직 방향으로 생수를 머리 위로 들어야지 생수를 효율적으로 머리 위로 들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적인 설명이었을 수 있겠지만, 운동할 때만큼은 잊어버리는 것 같다. 아마도 자세를 신경 쓰느라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항 방향을 염두하고 자세를 취하려고 한다면 운동이 수월해지고 운동효과도 좋아질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더 힘들게 운동을 해야지 운동효과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이 의문을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장을 재구성해보겠다. 저항 방향에 맞지 않게 움직이는 움직임, 즉 비효율적인 움직임으로 몸을 더 힘들게 해서 단련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냐는 반문으로 다시 문장을 재구성해볼 수 있겠다. 이 의문은 타당하다. 이렇게 해서도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저항 방향에 맞는 움직임으로 운동효율을 높이는 것이 종국적으로는 더 큰 운동효과를 만든다. 그 이유는 저항 방향에 맞는 움직임이 결국에는 더 많은 운동량을 소화하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기술이 좋아진다. 운동기술이 점점 좋아지면 상위 동작을 할 수 있다. 상위 동작을 할 수 있게 되면 더 큰 운동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에 비해서 저항 방향에 맞지 않는 움직임으로 운동을 한다면 운동량을 늘리기가 비교적 어렵고 상위 동작으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저항 방향에 맞지 않는 운동도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저항 방향을 이해한 뒤 의도를 갖고 저항 방향에 맞지 않는 운동을 하고 있어야 한다. 저항 방향에 맞지 않는 운동은 특정 근육을 강화시키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방법의 운동은 보조 운동으로써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보조 운동은 보조 운동이다. 주 운동이 선행되어야 보조 운동에 의미가 있다. 주 운동은 저항 방향에 맞는 운동이 주 운동이다.
정리하자면, 운동을 할 때 저항 방향을 이해하고 저항 방향에 맞는 움직임으로 운동을 했을 때 운동효율이 높아져서 결국에는 큰 운동효과가 커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