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통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증에 대한 오해는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령 적절한 운동으로 인해 발생한 근육통을 부상으로 여겨 근육통이 회복되어도 소극적으로 운동을 하게 되거나 부상으로 인한 통증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 치료를 받거나 부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운동을 지속하는 경우 등이 있다. 또한 통증이 있으면 몸을 정상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운동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효과적인 운동을 위해서라도 통증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나는 여태껏 통증이 신체적 손상에 의한 객관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즉 통증과 신체적 손상의 관계가 일대일 관계라고 생각한 것이다. 토드 하브로그의 저서 『움직임을 위한 가이드』에서 신체적 손상이 통증을 반드시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기술한다. 그 이유를 ’뉴로매트릭스‘ 라는 이론을 통해서 설명한다. 내용이 다소 반직관적이고 난해해서 의심이 들었지만,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서 통증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뉴로매트릭스 이론에서 통증은 신경 활동 패턴에 의해서 생성된다고 한다. 즉 통증을 유발하는 것은 신체 손상이 아니라 뇌의 활동이란 뜻이다. ’뉴로태그‘ 라는 개념을 통해서 설명을 보충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오감을 느끼는 것과 같이, 의식적인 경험을 통해서 특수한 뇌활동 패턴인 뉴로태그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와 유사하게 다양한 종류의 통증 경험으로 통증 뉴로태그가 형성된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통증 뉴로태그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통증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책에서는 망치로 엄지손가락을 때려도 통증 뉴로태그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엄지손가락에서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예시를 든다.
결국 책에서 전달하는 것은 통증은 뇌에서 만들어지는 의식적인 감각이지, 신체가 손상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표현하면 신체 손상 없이도 통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손상이 없어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환지통‘ 을 통해 소개한다. 환지통이란 사지가 제거된 사람에게서 사지에서 통증을 느끼는 증상이다.
나는 트레이너로써 운동을 지도할 때 부상과 통증에 대해서 늘 예민하게 반응했다. 적절한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근육에 통증이 발생한 경우도 있지만, 운동을 잘못해서 신체적 손상으로 부상과 통증이 발생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다. 환지통의 사례는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통증이 신체적 손상에 따른 반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책에서 통증과학을 설명하는 챕터 뒷부분에 ‘부정확한 신경발화’ 에 대해서 설명한다. 몇몇 연구자는 감각운동 부조화로 인해 만성통증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고 한다.
토드 하브로그는 통증의 역할이 신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한다. 최명원의 저서 『안녕, 통증』에서 통증의 직업을 보디가드라고 했는데, 일맥상통한 것 같다. 통증은 내 편이다. 문제는 통증이 과잉보호를 할 때다. 따라서 우리는 통증이 우리를 과잉보호하려는 건 아닌지 알 필요가 있다. 운동을 할 때 통증이 우리를 과잉보호한다면 운동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통증이 우리를 과잉보호하지 않도록 통증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통증을 관리할 줄 안다면, 운동 중 통증이 발생했을 때 통증으로 인해서 위축되지 않고 더 나은 선택으로 운동을 지속시킬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관리 방법들 중에 개인적으로 와닿는 방법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방법은 통증이 발생하는 움직임을 취하면 안 된다. 움직임과 통증이 반복되면 움직임과 통증이 결합되어 신체에 손상이 없는데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몸을 움직인다. 작은 움직임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단계적 노출이다. 어깨 충돌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팔을 일정 각도 이상 들어 올렸을 때 통증을 느낀다. 따라서 통증을 느끼지 않는 범위에서 운동을 지속하되 천천히 각도를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단계적 노출을 ‘위협의 예방접종’ 이라고 한다. 첫 번째 방법에서 통증을 느끼는 움직임을 취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 단계에서 멈추면 안 된다. 이 단계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지 제자리에 머물기 위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방법은 통증에 대한 과학적 교육이다. 통증의 생리학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 만성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통증에 영향을 주는 인지적 측면에 교육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통증에 대한 오해로 인해서 건강하던 몸도 망가질 수 있다. 통증에 대해서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운동을 통해서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해 보인다.
네 번째 방법은 감각개선이다. 운동을 지도하다 보면 자신의 몸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과 자신이 생각하는 움직임과 다른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이런 경우는 당장 운동을 힘들게 해서 살을 빼고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 생각과 실체를 일치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 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견을 첨언하면, 움직임 교육을 받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발목과 고관절의 협력적인 움직임은 무릎에 부담을 줄여준다. 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떤 움직임이 좋은 움직임이고 나쁜 움직임인지 배우면서 감각을 개선해 나간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통증에서 자유롭고자 운동을 시작했지만, 어떤 날에는 통증이 더 심해지는 날도 있다. 나는 통증과 영원히 작별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기보다는 통증과 더불어 몸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게 더 나은 생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