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회원님께서 크로스핏을 ‘매일’ 하는 이유가 자신의 개인 기록을 경신할 때 느끼는 뿌듯함 때문이라고 하셨다.
크로스핏은 10가지 영역의 체력을 골고루 단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0가지 체력에는 심폐지구력, 최대근력, 유연성, 협응력, 민첩성, 균형감각, 정확성, 파워, 스태미나, 속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크로스핏은 특정 운동에만 치우쳐서 운동하지 않고 여러 가지 운동을 한다. 그중에서도 순환운동을 자주 한다. 순환운동은 한 번 운동을 할 때 한 가지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2 가지 이상의 운동들을 섞어서 하는 운동이다. 또한 체력의 한계에 다다르는 강도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입에서 피맛이 날 정도로 고되다. 이렇게나 고된 운동이지만, 어제보다 나아지려고 하는 노력과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한다.
나는 운동을 할 때마다 개인 기록을 경신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운동은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운동을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재미가 붙었다면, 이제는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한다. 이왕 운동을 하기로 했다면, 현상 유지하려고 운동하는 것이나 운동을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보다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을 택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나아지기 위해서 차원이 다른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의미와 방향성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만약 현상 유지를 목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거나 운동을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운동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혹여나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다면, 이 글은 당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고 있던 운동 꾸준히 하고 글 읽기를 멈추면 된다. 하지만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있거나 하려고 한다면 개인 기록 경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정신력이 필요하지 않다. 개인 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운동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자연스러운 운동의 결과가 나오게끔 운동을 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 개인 기록 경신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개인 기록 경신이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개인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면, 문제없이 운동을 잘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개인 기록을 경신하지 못하고 있다면 해결해야 할 어떤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위에서 개인 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운동의 결과라고 했다. 개인 기록을 경신하지 못하는 이유가 부적절한 움직임 혹은 자세, 부족한 휴식과 영양, 과도한 운동량 등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개인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개인 기록을 억지로 경신하려고 한다면 사달이 난다. 더 많은 노력과 정신력으로 개인 기록을 경신하려고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조금은 진지하게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한 노력과 정신력으로 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부족한 노력이나 정신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든지 모르고 있든지 해결하지 못하면 개인 기록은 정체된다. 이 상황은 열심히 운동을 하지만 별다른 운동효과 없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 시기는 누구나 겪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최대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낭비되는 나의 노력과 시간들을 줄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개인 기록이 정체되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나의 몸 상태를 다시 파악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전보다 건강과 체력이 더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개인 기록 경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 개인 기록 경신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운동 진행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몸 상태까지 알 수 있다.
개인 기록 경신을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저번에 운동했을 때보다 사소한 어떤 것이라도 나아지면 개인 기록 경신이기 때문이다. 체력이 좋아지는 것만이 개인 기록 경신이 아니다. 예를 들어서 근육이 유연해졌거나 자세가 좋아졌거나 기존에 근육이나 관절에서 불편함이나 통증이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그 정도가 줄어들었다면 이것도 개인 기록 경신이라고 할 수 있다. 단 5 분을 운동하더라도 어제보다 나아지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1 시간이나 2 시간씩 운동을 해야 몸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개인 기록 경신에 대해서 중요하게 설명했지만, 때로는 유연하게 운동할 필요가 있다. 운동은 그날 몸상태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 몸상태가 좋은 날도 있지만, 전 날 술을 많이 마셨다든지 잠을 잘 못 잤다든지 등의 어떤 이유로 어떤 날은 좋지 않을 수 있다. 어떤 날에는 몸상태가 좋아서 열심히 운동할 수 있지만 어떤 날에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하는 날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날에는 다음에 운동할 때 더 좋은 몸상태로 운동할 수 있도록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칭 및 마사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자세를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주의해야 할 점은 몸상태가 좋은 날마저도 개인 기록을 경신하지 못하고 그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운동하고 있다면 운동에 대한 동기마저도 잃어버릴 수 있다. 때로는 몸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도 개인 기록을 경신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렇게 해보면 정말로 몸상태가 안 좋은 건지 아니면 운동을 하기 싫어서 그런 건지 확인할 수 있다.
벼룩은 최대 20cm를 뛸 수 있다. 하지만 20cm의 높이보다 낮은 병에 벼룩을 일정 기간 동안 가두면 병 밖으로 나와도 벼룩은 그 병 높이까지만 뛴다. 나는 벼룩의 사례를 생각하면서 ’개인 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단순히 신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기록을 경신을 통해 전에는 할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게 된 나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사고방식과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한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개인 기록을 경신했을 때 정말 즐겁다. 나는 이 즐거움이 운동의 진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 기록 경신은 운동효과도 극대화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즐거움을 준다. 그러기 위해서 때로는 나의 한계에 다다르는 상황을 이겨내야 될 수도 있지만, 경신의 즐거움은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