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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리 Oct 12. 2022

필라테스 학원에 망조가 들었다

가장 비싼 곳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강사님

최근 제가 다니고 있는 필라테스 학원에 강사님이 바뀌었습니다. 부원장님이시라고 밝게 인사를 하시더군요. 그렇게 첫 번째 수업을 들었습니다. 근데 뭔가 느낌이 쌔하더군요. 한 기구로 진득하게 운동하는 게 아니라 자세를 바꿔가며 여러 개의 기구로 수업을 하지 않나. 오른쪽은 세 번 했는데 왼쪽을 한 번만 하지 않나. 그래도 내가 모르는 뭔가 있을지 모르니, 세 번은 이 강사님에게 들어보고 다른 곳으로 옮길지 말지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두 번째로 수업을 갔는데요. 너무 소름 돋았던 건 첫 번째 때 했던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뭔가.. 본인이 알고 있는 자세로 돌려막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초보 맨즈 회원들과 같이 운동을 하시더군요. 보통은 초보 회원들의 자세도 봐주고 어떻게 해야 더 근육에 자극이 가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카운트도 같이 세어주시고요. 그런데, 이 분의 지도는 따라가기가 힘들었습니다. 여기서 몇 개를 하라는 건지? 여기서 끝인 건지? 호흡은 언제 해야 하는지? 에 대한 어떤 가이드도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엉망이었습니다. 다행히 이 필라테스 학원은 1호점과 2호점이 나뉘어 있어 학원을 옮길 수가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전화했습니다.


"저 죄송한데 2호점으로 옮길 수 있을까요?"

"네 회원님 옮길 수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이유가 어떻게 될까요?"

"아, 다름이 아니라 새로 오신 부원장님 수업스타일이 저랑 너무 안 맞아서요. 저만 그런가요?"

"아니요. 사실 다른 회원님들도 똑같이 말씀하셨어요."

"그렇군요. 이 문제점을 부원장님이 아셔야 되는데.. 아마 계속 회원이 빠져나갈거라.."


다행히 저는 두 번 레슨의 피해만 입고 2호점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1호점의 매니저분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 부원장님은 국내에서 가장 비싼 곳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아직은 좀 미숙해서 수업이 그렇다고 얘기하십니다. 그리고 더 소름 돋았던 건 저처럼 얘기한 회원이 한 둘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수업을 듣는 사람마다 똑같은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필라테스 수업의 회당 단가는 약 2만 원 정도 됩니다. 1년 동안 필라테스를 받으면서 단 한 번도 2만 원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못 했고 오히려 너무 싸게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강사님 아래 필라테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바뀐 부원장님의 수업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만약 제게 돈을 주고 필라테스를 하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아까워서 싫더군요. 필라테스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나갈 준비도 해야 되고 이동시간도 투입되죠. 그리고 필라테스 수업도 1시간 동안 받아야 하고요. 필라테스 하는 1분 1분이 그냥 낭비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필라테스 학원에는 망조가 들었습니다. 하루빨리 부원장님 스스로의 문제를 파악해야 되는데, 가장 문제는 본인의 문제를 모른다는 겁니다. 회원들이 왜 수업을 몇 번 듣고 다른 곳으로 바꿔버리는지 모르는 겁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보통 직설적으로 앞에서 얘기하지 못합니다. 부원장님 수업이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하나도 효과가 없습니다라고 얘기 못 합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수업을 환불하거나 지점을 옮겨버리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의사표현을 합니다. 저 역시 2호점으로 옮김으로써 제 의사표현을 한 샘이고요. 필라테스도 어떻게 보면 장사입니다.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입니다. 고객을 모르면 필패하는 겁니다. 고객이 원하는 건 비싼 필라테스 자격증이 아닙니다. 오늘도 내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 조금 더 유연해지고 조금 더 강해지는 그런 알찬 시간을 원하는 겁니다. 부원장님, 꼭 문제점을 알아채시고 더 나은 필라테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원으로 거듭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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