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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부장님처럼 되고 싶지 않다

내 미래는 내가 책임진다.

by 에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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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이 부서 일은 바쁘게 지나간다. 매 번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반복된 업무를 한다. 사람도 거의 같다. 달라지는 건 없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나도 꼭 이 회사의 대표이사가 돼서 멋지게 살아보고자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들. 그리고 많은 모순들을 보며 나는 점점 변하게 됐다. 내가 존경하던 임원들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래 직원들을 핍박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랫사람들의 공을 모두 가로채서 본인이 공을 모두 독차지하는 그런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실력은 뒷전이고 윗사람에게 아부하거나 잘 보이는 사람이 회사에서 고속 승진을 하고 또 소위 회사에서 말하는 '별' 임원을 다는 것까지 보니, 이 회사는 아니겠거니 싶었다. 다른 회사라고 같을까? 다른 직장으로 옮긴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직장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하더라. 오히려 지금 내가 있는 직장이 좋으니 꼭 붙어 있으라는 말만 남겼다.


우리 부장님은 참 좋은 사람이다. 아랫사람들을 위해주고, 항상 윗선의 압박도 본인의 몸으로 다 버텨낸다. 얼마나 좋은 부장님인고 하니, 매 번 회식 때마다 모든 아래 직원들에게 5만 원씩 손에 꼭 쥐어주신다. 안전하게 택시 타고 가고 집에 가면 문자 하라고. 우리 그 착하디 착한 부장님은 임원 경쟁에서 미끄러진 지 오래다. 부장님을 보면 속이 탄다. 아랫사람들한테 잘할 시간에 윗사람한테 좀 잘해서 임원이나 다시지. 왜 잘 보일 필요도 없는 우리한테 이렇게 잘해줘서 사서 고생인지. 우리 부장님은 각 부서에서 요청 오는 업무로 인해 항상 야근을 많이 하신다. 그리고 그 지친 업무 끝에는 항상 '술자리'가 있다. 웃으면서 다들 고생했다 얘기하시지만 그 웃음 속에는 씁쓸함도 나에게는 같이 보인다. 나 스스로 질문해봤다. '나중에 네가 계속 회사생활을 하면 종착지는 저 부장님이야. 너 저렇게 될래?' 싫었다. 정말로 싫었다. 밖에 나가봐야 번번한 직업도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버티면서 살아가는 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그리고 매 번 사장 보고, 본부장 보고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사는 모습은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대학생 때는 뭐에 씌었을까? 그렇게 회사의 임원이 되는 게 멋져 보이더라.


대한민국 회사의 조직체계는 무너진 지 오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웬만한 대기업의 임직원들 중에서 소위 말하는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겉으로는 주인의식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 속을 한 번 뒤집어 까서 보고 싶다. 실제로 그럴지. 다 나 살겠다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우리 잘못은 아니다. 회사의 조직문화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면, 내가 정말로 열심히 일해서 이 회사를 조직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 할 수 없다. 회사가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러면, 나는 회사에 더 이상은 묶여서는 안 되고 회사에 조종당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우리 부장님처럼 되기가 싫은 것이다. 더더욱 하루빨리 회사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경제적 구조를 만들어놔야 된다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나는 다른 날과 같이 회사에 출근해서 똑같은 일은 반복하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 부장님처럼 되기 싫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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