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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영 Aug 25. 2020

뇌종양 수술 그리고 중환자실

뇌종양 간호일기 #3


*뇌종양 간호일기 #1뇌종양 간호일기 #2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잊고 싶지만 잊지 않을 시간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 비슷한 상황의 글을 읽고 저도 도움을 받았거든요!


-뇌종양수술 당일-


5:20AM 스테로이드, 만니톨

5:50AM 채혈

6:20AM 혈당 138 (자정부터 금식 중)

8:30AM 김용휘 교수님 회진   

응급 수술 때문에 수술 시간 미뤄진 것에 대한 설명

중환자실 인공호흡기에 대해 설명.

9:05AM

항경련제 반 병, 위장약 수액.

혈압 106/65 , 체온 36.4

10AM 중환자실 입실 동의서 작성

11AM 스테로이드, 만니톨


11:15AM

: 옆 방에서 오늘 첫 뇌종양 수술 환자 나가는 소리 들림

: 실감 나니까 두근두근... 눈물이 주르륵.

제이는 약 기운에 잠자는 중.

뇌종양 카페에서 보니, 어떤 사람도 자다가 가는 게 차라리 나았다고 하길래 일부러 깨우지 않음.

카페 수술 사례 읽으며 미리 수술방 보내는 시뮬레이션함 : 미리 울어두면 조금 낫지 않을까...?   


1PM

: 수술실에서 수술 침대차 가지고 제이 데리러 옴.

: “어디까지 따라갈 수 있어요?” 물어보니, “요즘 (코로나 때문에) 어차피 수술장 대기실 없어졌으니까 엘리베이터 앞까지만요.” 하심. 그때까지만 해도 꾹 참던 눈물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또 주르륵.


1:15PM 환자용 엘리베이터 앞에서 헤어짐.   

    몇 시냐고 물어본 제이 ‘나 많이 잤네’, 걱정하지 말라며 담담하게 말함.

    나는 눈물 계속 참으며 다른 엘리베이터 타고 곧바로 내려옴.... (이미 병실 다 비워놓음)







*

서울대학교 병원 앞은 맑은 날씨로 눈이 부시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초록색 잎들이 촤르르 반짝거린다.



*

울지 않으려 애썼지만 잠시 엉엉 울었는데, 엄마와 아빠가 보낸 문자 속에 엄마와 아빠도 울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엄마는 다른 말 없이 ‘우리 딸 다 컸네, 우리 딸 사랑해. 제이도 많이 사랑해.’라고 하셨고, 아빠는 ‘수고했어...’라고 짧은 문자를 보냈지만 슬픔이 느껴졌다. 심지어 아빠는 제이 수술 전에 제이랑 직접 통화를 하면서 진짜로 우는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수술 다음날이 아빠 퇴임식(은퇴)인데... 가서 축하도 드리지 못할 상황이라 마음이 아팠다.



*저녁 6시 조금 넘은 시각.

: 아직 바깥은 밝고, 해의 빛은 조금 수그러들었으나 따뜻한 느낌이 남아있다.  


본관 2층 올라가서 무작정 수술장 찾아 그 앞에 가보니, 수술 문 바로 앞에 서서 기다리는 한 여자가 있다. 수술장으로 들어가는 문 안에는 여러 개의 수술장이 있고, 어떤 수술이 진행 중인지 알 길이 없다. 코로나 때문에 수술 안내 현황판과 대기실 의자를 다 치워놓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그 여자처럼 나도 그 앞에 서 있고 싶었지만 눈물만 날 것 같고, 제이의 수술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대다가, 수술이 끝나 제이가 수술대에 누워 나오는 모습을 본다 한들, 그 수술대 붙잡고 인사를 할 수도 없고, 제이가 얼른 회복실로 가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울지 않으려고 계단으로 걸어 1층으로 내려왔다.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며-


*서울대병원 늦게까지 하는 카페

: 파스쿠찌 (대한 외래 지하 1층) ~9pm

: 할리스 (본관 1층) ~ 11pm


*할리스 카페

: 카페가 생각보다 작네. 입구 쪽 자리에 앉아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으슬으슬 추워진다. 제이가 수술실로 들어간 지 7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밤 9시를 향해 간다. 미리 챙겨 온 김금희의 에세이를 반 정도 읽었다. 누가 날 건드린다면 눈물이 막 흘러넘치는 상태이기 때문에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데, 그래서 책을 읽다가도 어느새 눈은 글자를 따라가지만 눈물이 흘러버려 읽은 페이지를 다시 읽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지금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짧은 글을 쓰고 싶은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눈물이 자꾸 나서 쓸 수 없었다. 병원에서 3일째, 그렇게나 여러 번 글을 쓰고싶다고 생각했지만 눈물이 난다는 이유로 글을 쓸 수 없어서... 머릿속을 뒤죽박죽 헤집어 놓은 단어들, 글귀, 문장 한 토막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그 시간, 그 장소의 정확한 장면을 생생하게 복기할 수 없을 것만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병원에 있는 카페에 앉아 있으려니, 의사와 간호사들이 오가는 모습을 본다. 환자와 보호자도 끊임없이 오고 간다. 나는 입구(구석)에 앉아 훌쩍거리다 책을 읽다가를 반복하고 있는데, 병원에는 아무래도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 이상한 일도 아닐 것이다.


.

제이가 수술실에 들어간 지 8시간이 지났다.

휴지는 10장쯤 써버렸나.

글을 쓰고 싶어도 눈물이 나서 잘 쓸 수가 없다.

혼자만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 성당도 다니지 않으면서, 신부님에게 고백하는 작은 골방만으로도 족할 텐데...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 제이의 스마트폰에 띄워놓은 서울대병원 앱 수술 상황 알림은 계속 ‘수술 중’ 점멸이 깜빡깜빡...


*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 출입증이 없는 사람들은 이 밤에 병원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바깥에서 서성이고 있다.


*

10PM 수술 끝 알림.  

10:15쯤에 3층 (중환자실) 호출


10:24PM

3층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김용휘 교수님 말씀을 듣는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국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을 연신 비비면서 설명을 듣는다.

시신경 덮고 있는 얇은 막까지 침투했다는 종양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크기가 컸다고 한다.


예상보다 길어진 수술에 교수님은 매우 피곤해 보이신다. 이 늦은 시간까지 수술을 하다가 퇴근하시는 교수님의 뒷모습에 감사합니다, 목소리는 안 나오지만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수술 후에 환자가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보호자는 병실을 쓸 수 없어서 병원 근처 비즈니스 호텔을 예약했다.

밤 11시에 호텔로 들어와 씻고, 눈물을 좀 훔치고, 내일을 위해 좀 자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중환자실에 와줄 수 있냐는 호출이었다.


*00시 자정에 다시 병원 도착

: 자정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 병원

: 주차장도, 입구를 지키는 요원들도 다 24시간 근무 중.


* 중환자실 간호사 호출

: 미리 준비했던 눈금 빨대컵, 물, 갑 티슈와 물티슈 드림.  

: 제이를 볼 수 있냐고 물으니 잠깐 물어보고 온다고 하심. 간호사가 물어보러 간 사이에 중환자실 문 앞에서 제이 병상 7번이 보이는데,  제이가 기도삽관한 채로 간호사들의 반응에 고개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또 눈물이 나왔다. 수술 후에 힘들 텐데 불빛 환하게 밝힌 중환자실에서 몸에 이것저것 무언가를 단 채로, 세워둔 상체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 간호사가 다시 나오더니, 기도삽관을 하고 있어서 지금은 안되고, 자가호흡이 될 때 면회 가능하다고 함.

: 언제 가능하냐고 하니까 알 수 없다고함.

  (간호사는 밤새 피곤할텐데도 친절하셨다.)

: 밤을 샐 수는 없고, 중환자실 앞에서 한두 시간 정도는 더 기다리겠다고 함.


1AM

: 중환자실 앞 의자에 나 포함 3명 정도가 앉아있다.

: 나는 그동안 기도삽관, 중환자실, 뇌종양 수술 후 의식 회복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계속 울고 만다.

: 새벽 한 시쯤 ‘OOO 보호자분!' 하는 간호사의 목소리에 어찌나 기쁘면서도 슬프던지...!


중환자실 들어갔는데, 제이 병상 앞에 밤 새 지키는 의사와 간호사가 서 있다.

: 김용휘 교수님과 함께 수술실에 들어갔다는 의사 두 명이 제이 이름을 부르면서 ‘본인 이름 말해보세요.’라고  계속하는데 제이의 입모양이 맞게 움직이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었다.

: ‘양 손 들고 앞으로 나란히 하세요’ 하니까 팔 올림. ‘더 높이 올려 보세요’ 하는데 높이 잘 올림.



나는 약간 떨어져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제이가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양 발의 발가락을 서로 비비고 있다. 추워 보이는 게 안타까워서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이불 덮어주었다.



‘나 에린이야. 에린’ ‘내 말 들려?’ 하니까 끄덕임.  

‘빨리 일어나. 괜찮아질 거야’ 하니라 끄덕임.

왼쪽 눈이 제대로 안 떠지는 것처럼 보이고,  

오른쪽 눈은 제대로 안 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괜찮아진다고 하니 걱정하지 않기로 해.

다른 사람들 후기처럼 얼굴 부종도 없는 듯하고,

그런데 제이 왼쪽 눈에 눈물이 살짝 맺혀 있다.

내 얼굴 알아본 건지 모르겠어.

춥고 힘들지...



2AM

혼자 호텔로 돌아가는 새벽길, 약간 무섭다. 새벽 내내 눈물 참다가 잠들었다.

슬픔의 정도를 1부터 10까지 정한다면 이것은 분명 정도 10의 슬픔이다.



: 수술하는 당일에 함께 있어준다고 한 사람들이 몇 명 있었지만 다 거절했었다. 밤새 함께 고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는 나도 도움을 요청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슬프기도 했다. 제이의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괜찮냐고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는 큰 위로가 되었다.


"넌 항상 왜 그렇게 혼자 다 하려고 하니."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수술 잘 마치고, 벌써 세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뇌종양 수술 환자들은 수술 후에 찾아오는 우울함과 무기력감 등을 이겨내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제이는 긍정적으로 잘 회복했어요.
병가 70일이 지나 이제는 회사 출근도 하고요, 정기적으로 검사할 때마다 병원에 가야 하는 것 외에 모든 것이 평범합니다. 긍정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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