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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Jun 16. 2020

사랑이 뜨거우면 데일 수 있나 보다

김수임과 이강국

6월의 15일이면서 월요일.

왜 일요일 다음 날이 월요일인지 모르겠다. 퇴근 시간만이 기다려지고 일의 집중력도 당연히 떨어졌던 하루였다.


해마다 돌아오는 6월이다. 전쟁세대가 아니기에 학교에서 교육받은 6.25 실상 외에는 별다른 소회는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윤숙의 詩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읊조리며 나라 위해 몸 바친 호국정신을 헤아려볼 따름이다.

6.25를 소재로 만든 여러 예술작품들 중에 박완서 원작, 배창호 감독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감명 깊게 보았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울적했던 기억도 있었고.


6월이 되면 김수임과 이강국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우리에겐 여간첩 김수임으로 알려진 그녀는 이강국과의 사랑이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비극이었기에.

김수임은 한강 백사장에서 처형되는 순간 푸르고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곤 눈가리개 없이 총살해 달라고 했다데 그때가 6.25 발발 열흘 전인 오늘(6월 15일)이었다.



김수임의 후배이자 원로 수필가인 전숙희가 썼던 "사랑이 그녀를 쏘았다"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게 쓰여있다.


이화 여전 영문과에 재학 중이던 김수임은 시인 모윤숙을 통해 공산주의 사상을 지닌 이강국을 알게 된다. 기혼자인 이강국을 사랑하게 되지만 미군정 치하에서 통역관으로 활동하다 미국인 헌병대장을 만나 동거를 하게 된다. 이후 38선을 넘나드는 이강국에게 미군정의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은신 및 월북시킨 죄목으로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친구인 모윤숙 시인이 변호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우정의 진실까지도 불신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 구명에 역부족이었다. 이강국 또한 몇 년 뒤, 북한에서 이중간첩 혐의로 처형되었다고 하니 두 사람은 기구한 운명들이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김수임과 이강국.

신교육을 받은 인텔리들이었지만 주변과 함께 순응해가는 진화가 아니었다. 시대에 너무 비판적이고 무조건 앞만 보고 나아가는 급진적 진보주의자였기에,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살았던 주인공이었다고 생각한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색, 계>가 떠오른다.

엘가의 ‘님로드’가 구슬프게 흐르는 장면과 엔딩씬.

그리고

동료를 배신한 탕웨이가 적군 우두머리의 사랑을 머금은 채 담담하게 처형되는 순간의 애증.

스파이에게서 느꼈던 사랑을 떨치지 못한 듯한 양조위의 냉정한 우수의 눈빛.


사랑은 반드시 아름답지만은 않기에

사랑이 너무 뜨거우면 데일 수도 있나 보다.


엘가 <님로드> - 바렌보임 지휘

https://youtu.be/sUgoBb8m1eE

사진출처 : 영화 <색, 계> 스틸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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