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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Aug 30. 2020

시골 마당에도 종량제 봉투가

문명의 발전보다도 행복을 우선시해야 될 때

시골집 마당 한구석에 있던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길고양이가 풀어헤쳐 놓았다. 흩어진 쓰레기를 빗질하여 다시 담으려는데 봉투 안 쓰레기가 잔뜩 물에 젖어 있다. 아마도 빗물이 흘러들어 간 모양이다. 쓰레기봉투를 세워 고정하고 빗물 유입을 방지하는 덮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 아래 방치되어 있는 폐가구 목재를 꺼냈다. 덮개가 있는 쓰레기 거치대를 만들기 위해서다. 목공이었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톱질과 망치질을 했다. 전면에는 마른 쓰레기봉투, 후면에는 음식물 쓰레기통이 위치하도록 만들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뚜껑이 개폐되는 거치대를 완성했다.  


마루에 걸터앉아 흘린 땀을 닦으며 시원한 냉수를 마시는데, 모친의 무비판 무조건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평상시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방금 만든 쓰레기 거치대를 바라본다. 사전 설계 없이 임기응변으로 만들어 놓고 보니 미학적인 멋은 없다. 하지만 빗물 방지 기능은 제법 갖춘 쓰레기 거치대가 되었다. 모친의 눈에는 당연히 미학적인 멋까지 펙트였지만 말이다.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연장이 좋았다면...



시골집에도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사용해야 하는 것에 묘한 느낌이 든다. 예전 같으면 가연성 쓰레기는 태워 없앴고, 음식물 쓰레기는 텃밭에 뿌렸는데 말이다. 우리 시골 같은 작은 마을도 이제는 돈을 내고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골집에 관리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모친의 휴대폰, IP-TV, 인터넷, 가스, 기름보일러에다 이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까지 추가되었다. 최근에는 수도 시설까지 완료되었기에 수도료까지 추가되었다. 이러한 인프라가 시골에도 편리함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노부모들만 사는 농가 소득에는 제법 부담을 주는 관리비가 아닐 수 없다.


기술로 인해 인간의 생활은 확실히 편리해졌다. 대신 물질적 풍요의 편리함이 더 벌어야한다는 조급함으로 나타나고, 조급함른 결국 정신적 풍요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대인의 딜레마다. 문명의 발전과 함께 사람 관계도 더불어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랑, 우정의 근본적 특성들도 문명의 이기들에 의해 너무 쉽게 판단되어 버린다. SNS의 친구관계의 예를 보더라도 말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가 쿠바라는 말이 있다. 쿠바는 가난한 연인들의 천국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물질적 풍요를 누릴 기회가 적으면 정신적 교감을 나눈 만남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적 풍요는 물질적 풍요보다 생명력이 길다는 말도 있고.


정신적 풍요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대통령이 있다. 거문도의 소설가 한창훈 작가가 생애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대통령이다. 그것도 무동력 돛단배를 타고 태평양을 직접 건너가 만나는 계획을 구상 중이라던데, 그가 바로 우루과이 前대통령인 무히카 대통령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먹고사는 기본 생활만 된다면 문명의 발전보다도 행복을 우선시해야 될 때’라고.  


아제베의 일상에세이는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계속됩니다.


무히카 前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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