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사진을 정리하던 중에 옛 사진이 눈에 띄었다. 딸아이가 소녀시절에 키운 고슴도치의 사진이었다. 10여 년 전의 기억이 눈에 선하다. 특히 딸아이가 고슴도치를 기르며 혼자 독백을 하듯이 흘렸던 말이 생각난다.
고슴도치를 기르는 것은 짝사랑을 경험하는 것이래.
딸아이가 키우는 고슴도치들의 사랑은 마치 소설 속의 로맨스 같았다. 킁킁이와 킁동이의 애틋한 관계, 못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랑은 순수하고 감미로워 보였다. 딸아이는 고슴도치들에게 정성을 다하며, 그들의 야행성과 귀여운 외모에 낭만을 느꼈다. 고슴도치의 못생긴 이미지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하얀 털과 동그란 눈매에 푹 빠져 자신의 짝사랑을 경험하는 듯했다. 독특하고 서글픈 소녀적인 사랑 이야기였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성적인 풍경이었다.
아제베 <딜레탕트 오디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