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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언니의 말맛 Oct 21. 2021

#1.내가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 오래 걸렸구나.

그땐 꿈이 소박했어. 미안해

안녕? 27년 만에 너를 불러본다. 너를 만나러 오는 이 길이 순탄치만은 않아서였을까. 참으로 바쁘게 살아오느라 너를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더라. 가장 중요한 너를 챙기면서 살아왔어야 했는데 말이지.


4형제 중에 엄마 아빠의 단점만 쏙 빼가지고 태어났다지. 유독 표현력이 많은 넌 지금도 여전히 못생긴 손이 부끄럽고 낮은 코와 까무잡잡한 피부로 여전히 거울을 잘 보지 않지! 외적인 자신감이 좀 있었다면 너를 좀 더 빨리 만나러 오지 않았을까? 헉, 이건 말이야! 방귀야! 여전히 뻔뻔한 건지, 아님 너한테 지기 싫은 건지 변명부터 늘어놓네.



한창 꿈 많던 학창 시절은 꿈이라는 단어의 뜻이 뭔지도 모른 체 틀 안에 짜인 대로 착한 딸로 성장했지. 말주변은 있어가지고 억지를 부리는 한이 있더라도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았던 너. 엄마의 고생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컸더랬지. 아빠의 무책임함으로 하루아침에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던 고등학교 학창 시절, 오로지 취업이 목표였고 공부와 준비만이 살길이었던 거 잘 알아.


늘 엄마에게 이다음에 커서 호강시켜줄게라며 말을 달고 살았고, 엄마는 빨리 취업해서 돈 벌어다 달라고 새뇌를 시켰어. 그렇게 어린 시절은 마음고생하며 일찍 감치 철이 들어야만 했다.


친구들끼리 이야기한다. "넌 꿈이 뭐야?"가 아닌... "넌 이다음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졸업하면 신사임당 같이 현모양처가 될 거야"라고 말했던 네가 생각난다. 너에게 미안하다. 너무 무지했다. 텔레비전에서 비친 드라마 속에 현모양처가 대단한 사람이고 전부인 줄 알았겠지. 미안해. 꿈이 너무 소박했지?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꿈을 꼭 대답할 필요가 없었어. 왜 "아직 정하지 못했어"라고 말하지 못했니? 지금도 꿈이 무엇인지 말하기 어렵니?



그땐 꿈이고 뭐고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 정해진 목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갔다지. 20대 사회생활을 시작함과 동시에 내면의 무엇인지 모를 꿈틀대는 욕구가 있더라. 그들이 지금의 너를 여기까지 데려다 놓느라 바빴는지도 모르겠다.


너를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 가장 사랑받아야 할 존재이고 아껴줘야 할 존재임을 무심하게도 잊고 살았지.

그렇게 꿈틀댔던 너는......


나는 내면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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