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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언니의 말맛 Oct 24. 2021

#5. 그땐 참 지랄 맞았다지...

대체 누굴 위해 이렇게 미련 맞은 거니 넌!

양성 과정을 거쳐 전문 마술사가 된 친구들은 활발하게 해외 게스트로 활동하며 콘서트 작품에서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회사에 몰입하는 나를 보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마냥 안쓰러워하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일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설명하려면 하루 반나절은 필요했다.



남의 시선에 의식하지 않고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군다나 소수의 사람만 가 본 길이라면 여정속에 계속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지금 가는 길이 맞는 방향인지 몇 번을 되뇌인다. 이 길이 맞는 길이라면 배신을 당하지 말아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다. 타인에 대한 의심은 결국 나에 대한 의심으로 돌아왔다. 나를 계속 의심하니 나도 모르게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을 할 때는 아파도 아픈 줄도 모르고 미련 곰탱이 저리갈 정도였던 너! 너를 그리 함부로 굴려 미안해



꿈을 안고 온 친구들, 우리의 열정에 신뢰로 답을 준 부모님들,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작품들을 위해 그 무엇도 소홀하거나 외면할 수 없었던 선생님들. 꿈을 위해 성장하는 그들 만큼이나 나도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예술의 탄생은 너무도 놀라웠다. 모든 노력은 결과로 돌아왔다. 매일 늦은 시간까지 했던 연습은 목표가 있어서 가능했다. 마냥 순탄한 시간만 있었던건 아니다.상냥했던 나는 악역 담당이 되었고 제일 무서운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여성스러웠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늘 철두철미하고 화내는 사람으로 인식될 때도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그분들(사춘기)이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르기 때문에 늘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자기는 좋겠다. 젊은애들이랑 있어서 늙지도 않아"


"어머~ 아이돌하고 있어서 너무 재밌겠다"라며 늘 부러워했다.


"애들 이쁘죠?"라고 말하면서도,


'어제까지만 해도 부모 속 엄청 썩인 아이예요. 사춘기기예요. 청개구리예요...'라고 말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남자 아이들의 감정 기복이 이렇게 심한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꽤나 오래 걸렸다. 사춘기에 장단을 맞추면 정신이 여러 번 나갈 뻔했다.



어제만 해도 방긋방긋 웃으며 온갖 애교를 부렸던 그들이다. 내일 당장이라도 꿈을 이룰 것 같은 자신감은 어디로 가고 


"오늘은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그냥요."


감정기복에 담겨 있는 변명과 핑계 이유는 차고도 넘쳤다. 끝도 없는 사연들이었다. 당연한 성장앓이었다. 

한놈 달래고 나면 다른 한 놈이 반란을 이어간다. 그렇게 난 대표역할에서 해가 바뀔수록 엄마가 되어 가고 있었다.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오르는 날이거나 대회에 출전하는 날은 심장이 쪼그라들기를 밀가루 반죽하듯 반복한다. 그 주인공들이 바뀌면 바뀔 때마다 같은 관심과 정성을 들이기를 15년을 함께해왔다. 



새벽이었다. 지친 몸에 잠을 자다가 숨이 막히고 안 쉬어져서 가슴을 움켜쥐며 일어났다. 겨우겨우 회사 동료에게 연락이 닿아 그 새벽에 응급실로 향했다. 몇 분 간격으로  오른쪽 가슴 아래 통증이 어머어마했다. 숨이 안 쉬어지는 고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의 빠른 대응으로 난 긴급환자로 분류되었고 친가족이 수술 동의서를 작성하러 올 때까지 고통을 이겨내야만 했다. 그렇게 새벽을 보내고 의사의 지시로 수술실로 향했다. 

"담석인 것 같습니다."


"염증 수치가 높은데 이 정도면 굉장히 힘들고 아팠을 겁니다."


"신호가 있었을 텐데 이걸 어떻게 참았나요?"


"조금만 늦었다면 개복수술을 할 뻔했습니다."



고통 속에서 잠이 든 것 같은데 눈을 뜨니 회복실이었다.



"무슨 일을 하시길래 스트레스를 이리도 많이 받으셨나요?"


"생각보다 많은 돌을 걷어냈습니다."


"이 상태라면 수없이 신호가 있었을 텐데 전혀 몰랐나요?"



하루 종일 통증으로 고생한 날이었다. 통증이 올 때마다 참아가며 일을 했다.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하는 게 아니라,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인생을 면한다. 그 통증으로 넌 위험한 길을 갈뻔했다. 항상 건강은 뒷전이더니 대체 누굴 위해 이렇게 미련 맞은 거니,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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