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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언니의 말맛 Oct 24. 2021

#07. "참 오지랖도 넓네"

정답은 없는데 준비는 되어 있니?

무엇을 인정받고 싶었던 걸까? 내가 걸어온 길은 사막이었다. 가도 가도 끝도 없는 예술의 세계. 비록 무대에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 과정을 하기 위한 공부는 엄청났다. 3년 이상 양성과정을 거쳐 성인이 될 시기가 되면 이구동성 하는 말이 있었다. 



"내가 공부를 이렇게 했더라면 서울대를 갔겠다" 


"그래도 공부는 적성에 안 맞아. 내가 좋아하는 걸 했으니 가능했던 거야."


라며 왁자지껄 자기들끼리 공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술 용어는 대부분 영어를 사용한다. 세계의 중심이 미국으로 이동하며 시작된 흐름이었다. 우리나라 마술 역사는 짧다. 과거 고립된 역사를 가진 탓도 있지만, 1960년대 마술의 암흑기를 거치며 마술사의 인식은 야바위나 약장사가 되었다. 다행히 여러 선배 마술사의 노력으로 현재의 마술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인정 받고 있다. 이런 환경 덕분에 해외에서 영향을 받은 내용으로 다시 공부를 하고 트렌드에 맞춰 발전을 시켰다.


국제대회에 참가하게 되면 100번의 리허설을 하도록 이끌어준다. 100번의 리허설이 100번의 실수를 통해 노하우를 익히게 해 주기 때문에 긴 연습과 세팅을 무한 반복해야만 한다. 작품 안에 감정과 기술을 잘 녹여내야 한다. 배우는 연기력으로 연기를 한다면, 마술사는 마술 기술로 연기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옳바른 지도를 하기 위해서 선생님들은 이상으로 공부해다. 많은 프로그램들을 접목하여 전문가 마인드로 트레이닝을 한다. 방학 때는 두배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매년 12월 매직캣 파티가 열린다. 1년 동안 애타게 기다려주신 부모님, 함께한 친구들, 마술계의 VIP 손님들과 함께하는 파티를 통해 우리의 노고와 결과를 선보이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때만큼은 온 가족이 함께하며 이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 즐긴다. 우스개 소리로 매직캣 파티를 주주총회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다. 소중한 아이들을 매직캣에 맡겨 놓은 부모님들에게 그 동안의 성과를 보여주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우리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는 자리다. 전 세계 돌아봐도 이런 파티는 없다. 의미도 다르고 행사 형태도 다르기 때문이다. 감정 기복에 함께 요동치셨던 부모님들이 감동받으며 마술계를 이해하는 날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엄습해 오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우리의 노고가 빛을 발하기에 고생 끝 행복 시작인 줄만 알았던 그날의 파티는 남다른 시간으로 가득 찼다. 나날이 식구들은 늘어갔고, 파티 손님들은 해마다 배로 늘어갔다. 그만큼 힘은 배로 늘었지만 매해 다음을 기약하는 마케팅에도 한몫했기에 모든 걸 감수할 수 있었다.



세계에 한국 위상을 알리는데 일조했던 우리는 특별한 시간. (주)매직캣커뮤니케이션이 FISM(세계마술연맹)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마술의 기술 향상, 발전, 진흥에 끊임없는 헌신을 인정받는 자리였다. 그것도 세계마술협회 회장으로부터 말이다.


나보다 남을 서포트하고 이끌어주는 일에 앞장서고 그것을 사명처럼 여겼던 나는 이 날만큼은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지만 진심 감사하고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이에 따른 보상처럼 다가왔다. 


"애썼고, 잘했고, 잘하라"고 인정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진 회장님의 축하 이벤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는 우리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었다. 항상 우리 어린 친구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고 한결 같이 친구가 되어 주었다. 이 모든 것은 뒤에서 끝없는 오지랖을 펼쳤던 내 몫도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늘 사람을 만나면 일을 만들어오고, 함께 하는 내 사람들을 더 바쁘게 많들었다. 그 오지랖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우리가 있었을까? 



부모님의 마음을 한층 더 이해하며 성숙해 갔다. 그저 자식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맛있는 것만 먹이고, 하나라도 더 주고 싶었던 부모의 마음을 알아서였을까? 아이들을 내 몸 보다 더욱 품었다. 품었던 만큼 가시에 찔리고 베이기도 했지만 그 뒤엔 항상 값진 결과들이 따라와 주었다. 


좋은 일들만 기다리는 듯 했다. 분홍빛 미래를 그린 시절도 잠시 있었다. 하지만 새빨간 미래로 뒤바뀔줄은 몰랐다. 반갑지 않은 손님은 일상을 마비시켰다. 속수무책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이상의 힘을 보여주었고, 아무 힘 없이 당해야만 했다. 



코로나19로 모든 세상의 룰은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버텨야만 했다. 그리고 그 어떤 계획도 말도 아껴야만 했다. 그렇게 늘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내야 할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튼실하게 쌓아 왔던 모든 것이 무너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했다. 세상이 바뀐 마당에 생존하기 위해선 나부터 변해야 했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라떼를 찾아봤자 점점 더 괴로워질 뿐이다. 변화된 세상에 적응해야 했다.



정답은 없어. 위기는 기회라고 하잖아. 넘어진 김에 잠시 쉬어가자. 하지만 준비되어있는 사람만 기회를 잡을 수 있어. 넌...... 준비되어 있었니? 준비 되어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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