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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언니의 말맛 Oct 24. 2021

#10. 최대한 좋은 기억만 가져가자. 우리

시니어 세대 준비를 위한 도전기

코로나19 확산과 집합 금지명령으로 일정이 미뤄진 탓에 망설였던 시니어교육센터에 등록을 했다. 


준비는 쉽지 않은 일.
지금도 허덕이는데 다음을 위한 준비는 더 쉽지 않은 일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
몸을 일으켜 실행에 옮겨야만 가능한 일



목표가 있어 가능했던 걸까? 교육 내내 현실에 부딪히고 있는 엄마와의 상황이 그대로 접목되었다. 시작해 보니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물론 내가 하는 일에도 도움도 되고, 그동안 알고 있던 시니어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이 벗어나게 되었다. 더 많이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2년간의 시간에 미안했고 더 빨리 알아채지 못함에 죄책감이 몰려들기도 했다. 



별개의 세대로 분리할게 아니었다. 난 내가 치매가족이 되고 나서야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름답게 그려진 내용이란 사실도 깨달았다. 현실은 그 보다 더 힘들었다. 고통의 시간을 서로 함께 격어야만 하는 과정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 교육을 통해서 환자들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알게 되었다. 우리 형제가 당연하게 엄마에게 생각 없이 했던 행동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배우지 않았다면 더 큰 고통을 서로가 겪었을 것이다. 아직은 낯선 용어들과 환경이지만 시니어 세대들과 소통하며 함께 공감하는 내가 되어가고 싶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분야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앞으로 필요한 공부라는 걸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우린 100세 시대를 준비하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치매가족을 위한 관리 프로그램에서 치매 어르신 돌봄 요령과 문제행동, 대처방법 등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이론상으로 알아서 될 일은 아니었다. 그 후로 다양한 시니어들의 교육을 신청해서 듣고 있다. 그 안에서 시니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며 소통한다. 치매 가족들에겐 절실하게 교육이 필요하다. 모두가 함께 건강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엄마는 요양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어 현재는 병원에 누워계신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면회도 못한 지 1년이 다돼간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과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주는 것이 전부이다. 엄마의 상태는 큰아들을 낳았던 더 깊은 과거로 돌아갔다. 입원 후 한 달 뒤 방문해서 엄마 상태를 잠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집에 가자......."


침상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당신도 그곳이 집이 아님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눈물이 났다. 엄마 건강해지면 퇴원하자고 약속한 채 그렇게 엄마와의 만남은 마지막이었다. 

"엄마, 엄마가 이뻐라 하는 막내딸 잘 버티고 있어. 곧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엄마부터 보러 갈게. 그리고 우리 좋은 기억들만 기억하고 나누자.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야 해!"


"그땐 철이 없었지만, 엄마는 엄마라는 존재만으로도 늘 우리 곁에 있었고 엄마 자신을 잃어가는 동안 내가 모른 체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를 돌보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마를 더 많이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담아내서 나 그 소중한 기억들이 정말 감사해. 내게 기회를 줘서 고마워 엄마!"


"엄마와 병원에서 처음으로 같이 셀카 찍었던 날 기억해줘! 늘 사진 찍기 싫어했던 엄마가 그날은 브이도 해주며 같이 찍어줬잖아. 그때 그 엄마가 내 엄마였든 알츠하이머 환자였든 난 그 모습 너무 소중하고 중요한 사진 한 장이 되었어. 만나면 같이 보자. 우리 사진 이쁘게 잘 나왔는지 봐야지. "






너를 만나러 오는 길에 난 다음을 준비하는 너를 만난다. 바쁘게 살던 그 시절, 앞만 보고 사느라 너에게 소홀했다. 너를 멀리하고, 내 주변을 챙기고 살아왔던 시간은 지난날로 충분하다. 너에게 다시 찾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엄마의 알츠하이머로부터 시작되었다. 혹여나 너도 나이 들어 엄마처럼 될까 봐 두려움도 컸다. 


이젠 모른 척하지 않을게.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줘. 서러우면 울어도 돼. 외로우면 투정 부려도 괜찮아. 이제 참지 마. 내가 널 모른 체하지 않을게. 고마워. 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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