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최대한 좋은 기억만 가져가자. 우리

시니어 세대 준비를 위한 도전기

by 이루다언니의 말맛

코로나19 확산과 집합 금지명령으로 일정이 미뤄진 탓에 망설였던 시니어교육센터에 등록을 했다.


준비는 쉽지 않은 일.
지금도 허덕이는데 다음을 위한 준비는 더 쉽지 않은 일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
몸을 일으켜 실행에 옮겨야만 가능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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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있어 가능했던 걸까? 교육 내내 현실에 부딪히고 있는 엄마와의 상황이 그대로 접목되었다. 시작해 보니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물론 내가 하는 일에도 도움도 되고, 그동안 알고 있던 시니어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이 벗어나게 되었다. 더 많이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2년간의 시간에 미안했고 더 빨리 알아채지 못함에 죄책감이 몰려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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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의 세대로 분리할게 아니었다. 난 내가 치매가족이 되고 나서야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름답게 그려진 내용이란 사실도 깨달았다. 현실은 그 보다 더 힘들었다. 고통의 시간을 서로 함께 격어야만 하는 과정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 교육을 통해서 환자들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알게 되었다. 우리 형제가 당연하게 엄마에게 생각 없이 했던 행동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배우지 않았다면 더 큰 고통을 서로가 겪었을 것이다. 아직은 낯선 용어들과 환경이지만 시니어 세대들과 소통하며 함께 공감하는 내가 되어가고 싶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분야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앞으로 필요한 공부라는 걸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우린 100세 시대를 준비하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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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족을 위한 관리 프로그램에서 치매 어르신 돌봄 요령과 문제행동, 대처방법 등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이론상으로 알아서 될 일은 아니었다. 그 후로 다양한 시니어들의 교육을 신청해서 듣고 있다. 그 안에서 시니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며 소통한다. 치매 가족들에겐 절실하게 교육이 필요하다. 모두가 함께 건강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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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요양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어 현재는 병원에 누워계신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면회도 못한 지 1년이 다돼간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과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주는 것이 전부이다. 엄마의 상태는 큰아들을 낳았던 더 깊은 과거로 돌아갔다. 입원 후 한 달 뒤 방문해서 엄마 상태를 잠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집에 가자......."


침상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당신도 그곳이 집이 아님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눈물이 났다. 엄마 건강해지면 퇴원하자고 약속한 채 그렇게 엄마와의 만남은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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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가 이뻐라 하는 막내딸 잘 버티고 있어. 곧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엄마부터 보러 갈게. 그리고 우리 좋은 기억들만 기억하고 나누자.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야 해!"


"그땐 철이 없었지만, 엄마는 엄마라는 존재만으로도 늘 우리 곁에 있었고 엄마 자신을 잃어가는 동안 내가 모른 체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를 돌보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마를 더 많이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담아내서 나 그 소중한 기억들이 정말 감사해. 내게 기회를 줘서 고마워 엄마!"


"엄마와 병원에서 처음으로 같이 셀카 찍었던 날 기억해줘! 늘 사진 찍기 싫어했던 엄마가 그날은 브이도 해주며 같이 찍어줬잖아. 그때 그 엄마가 내 엄마였든 알츠하이머 환자였든 난 그 모습 너무 소중하고 중요한 사진 한 장이 되었어. 만나면 같이 보자. 우리 사진 이쁘게 잘 나왔는지 봐야지. "






너를 만나러 오는 길에 난 다음을 준비하는 너를 만난다. 바쁘게 살던 그 시절, 앞만 보고 사느라 너에게 소홀했다. 너를 멀리하고, 내 주변을 챙기고 살아왔던 시간은 지난날로 충분하다. 너에게 다시 찾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엄마의 알츠하이머로부터 시작되었다. 혹여나 너도 나이 들어 엄마처럼 될까 봐 두려움도 컸다.


이젠 모른 척하지 않을게.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줘. 서러우면 울어도 돼. 외로우면 투정 부려도 괜찮아. 이제 참지 마. 내가 널 모른 체하지 않을게. 고마워. 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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