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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슷 May 05. 2024

[쓰밤발오40] 사랑사랑 누가 말했나 내가 말했지

나는 사랑을 주는 것이 쉽다. 요즘엔 받는 것도 꽤 잘하는 편이지만 여전히 주는 것이 편하고 더 충만하다. 특기 중에 하나가 사랑 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최근에 지인이 잠깐 맡게 된 강아지를 자주 만났다. 처음에는 경계하더니 오늘은 만나자마자 자기를 빨리 쓰다듬으라고 낑낑거렸다. 어찌나 귀여운지. 집 입구에 서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쓰다듬어줬다. 본인을 빨리 예뻐하라고 재촉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사랑스러울 수가 있나? 팔 떨어져 나갈 때까지 쓰다듬어 줄 수 있지. 영화를 보는데 옆에 앉아서도 계속 쓰다듬어 달라고 배를 까고 눕는다. 내내 쓰다듬어줬다. 그르릉 소리를 내며 눈을 끔뻑 끔뻑하며 졸고 있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사랑을 주면 주는 대로 다 받는 강아지가 너무 좋다.


내가 최근에 만난 강아지가 쓰다듬는 방식으로 사랑을 주면 그걸 행복해하는 강아지인 거지 사실 강아지마다 사랑받는 방식도 크기도 다르다. 당연히 사람도 바찬가지. 내 사랑의 방식과 크기를 무작정 내밀 수는 없다. 사랑을 한다면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이 사람이 어떤 때 사랑을 더 크게 느낄지, 언제 내가 필요할지, 그리고 어떻게 내가 항상 한 걸음 뒤에 있다는 걸 적절하게 알릴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여러 가지 고려하다 보면 무색무취가 되거나 내가 없는 사랑을 보내게 될 수 있다. 그러니 결국엔 중용이다. 나도 지키고 타인도 지킬 수 있을만한 적절한 선을 찾아야 한다.


때론 내 방식대로 지핀 사랑의 불을 쏘았는데 상대방이 기름을 뒤집어쓰고 있었는지 활활 태오를 때도 있고, 반대로 상대방을 파악하고 고려했는데도 대답 없는 메아리일 때도 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확률이 크다. 상대는 내일 기름을 뒤집어쓰려고 했는데 내가 오늘 불을 쐈을 때도 있고, 내가 파악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동안 기름을 씻어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사랑 주는 것이 특기여도 사랑하기의 능력자가 되려면 운명이 도와야 한다. 심지어 그 능력자가 되는 것도 일시적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아아 - 만물이 도와야 하는 내 독립적이지 못한 내 능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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