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턴 경험, 22살 젊은 꼰대
유난히 짧게 느껴졌던 올 여름,
내 첫 인턴 경험이 끝났다.
나를 포함한 인턴 6명이 야근도 불사하며 여름 두 달동안 열심히 달렸다.
능력의 한계도 매번 느껴졌고, 너무 과도한 프로젝트 양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도 허다했지만 끝나고 나니 역시 미화가 된다. 주어진 challenge가 많을 수록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이지만 challenge가 있어야만 성장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맞는 명제라는 걸 이번 인턴을 통해 깨달았다.
이번 인턴동안 유독 크게 느꼈던 challenge는 바로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였다.
신기하게도 내가 직장생활 동안 느꼈던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직장 동료의 견제도 아니고, 상사의 압박과 말도 안되는 주문도 아닌 바로 나 자신에서 나온 것이었다!!!
데드라인동안 주어진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팀원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 특히나 내 의견이 맞다고 생각해서 내 의견을 밀고 나갈 때에, 상대가 이해를 하지 못하고 나의 방식이 별로라고 생각했을 때 일어나는 challenge는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했다.
두 달동안 팀원과의 회의를 끝내고 느낀점은, !내가 지적 겸손함이 낮다!는 사실이었다. 불행히도 인턴이 끝나갈 때쯤 알아챘다. 상대방이 말하면
'아~ 그거 아닌데,,'
'내가 이걸 해봤는데..'
'악! 뭔가 맘에 안 들어..'
흔히 말하는 꼰대 자세로 내가 아는 것이 정답인마냥 삐딱하게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운이 좋게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 얻곤 했기에, 더욱 자존감이라 할 수 없는 자신감만 높아져가고 어쩌면 상대보다 내가 낫다라는 은연중의 생각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이걸 느낀 후 꼰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봤다. 나 뿐만 아니라 꼰대에 대해 각자만의 의견을 말해 온 사람들도 있더라.
햄튜브는 말했다!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을 찾아보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흔히 꼰대는 본인이 꼰대인 줄 모른다라고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을 찾아보는 사람은 이미 꼰대라고!
꼰대에 대한 고찰을 계속해보면서, 꼰대라는 말이 나름 인생의 진리를 직관적으로 담아낸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내 주관만 옳다고 생각하고 남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것. 기독교와 유대교와 불교와 모든 종교에서 늘 말했던 '황금률'위반이 바로 꼰대였던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인 어린왕자에서도, 역시 꼰대는 등장했다. 생텍쥐페리는 보아뱀 속 코끼리를 모자로 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이야기 하면서 어쩌면 세상 속 모든 꼰대들에게, 우리 주변에 있는 어린왕자의 말을 귀담아 듣고 시선을 환기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듯 싶다.
짧은 고찰 끝, 내가 나름대로 정리해본 꼰대는 남의 소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정말 단순하고 초등학교 도덕책에 나올 법한 정리 같지만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가 어렵다. 분명 황금률도 알고 있고, 어린왕자도 알고 있지만 왜 자꾸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그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지만 정말 슬프게도 꼰대는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오프라인 속 꼰대, 온라인 속 꼰대. 지인 속 꼰대, 대중 속 꼰대. 학교 속 꼰대, 직장 속 꼰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틀렸다고 생각하며 힐난하고 무시하는 사람들. 어쩌면 나도 이 모든 걸 은연중에 알고 있었음에도 지적 자만심에 취해있었던 22살의 젊은 꼰대였을지도 모른다. 젊은 꼰대인 내가 나름대로 꼰대가 되지 않는 법을 몇 가지 생각해봤다.
내 소신과 신념이 있을 때, 다른 사람 또한 소신과 신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 줄 수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이 이런 만큼, 너의 생각도 이럴 수 있겠구나.
' 그럴 수 있겠다 ' ' 그랬구나 ' 라는 생각의 시작점은 바로 내 소신과 신념인 것 같다.
이성적인 접근보다 감정적인 공감이 보다 중요한 것 같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된 것 마냥 조금만 생각의 관점을 틀어본다면, 충분히 이성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우린 늘 책 속 경제학자나 사회학자의 말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면서 내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쉬운 의견들과 쉬운 주장은 이해하려는 노력도 않는 걸 보면 이성적인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니라 감정적인 공감이 부족한 것 같다.
의견을 다 수용해서 줏대 없이 다 맞아!라고 하기 보다는 '이 점은 내 생각과 다르지만 배울점이 있어' / '이 점은 나와 같네!' 하는 자체적인 필터링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남과 다른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물론 신중하고 확실한 언어를 사용해야 좋다.
객관적으로 전달된 나의 언어는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시키거나, 감정적인 싸움으로 번지기가 쉽지 않다.
인턴 때 실제 해봤더니 효과가 좋았다! 내 의견이 기각된다면, 나만의 의견이었구나 하는 반성이 생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조망할 수 있게끔 하는 !직빵!이다.
같이 일했던 인턴 언니 오빠들의 말로는, 매 근무 경험은 어떻게 사람과 일해야하는 지, 그 업무 방식을 알아가는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학창 시절에도 계속 해왔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끊임없이 지고 나가야 할 문제 같다. 두 달간 치열한 인턴생활로 얻어낸 것은 이 외에도 많지만 내가 꼰대였다는 사실을 자각했다는 것도 충분히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아직 많은 인생 경험도 해보지 않았고 뭣도 모르는 대학생이지만 인턴 경험으로 느낀 소중한 생각들을 적어봤다!
모두 꼰대가 되지 않고, 본인의 소신과 신념만큼 상대의 소신과 신념 또한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그 날 까지,,, 꼰대들에게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