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180715 오늘의 날씨 : 뭉게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고, 하늘은 옅은 하늘색.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이지만 습도가 낮아 햇빛이 나를 감싸안아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차가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바람 소리도 간간히 들린다. 항상 창밖에서 바라보는 차의 모습들은 피규어처럼 무음의 물체처럼 보인다. 방 안에 앉아 앉은뱅이 책상에서 글을 쓰고 여유를 즐기는 오늘의 오후가 참 좋다. 시간이 천천히 가는 듯한 느낌.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날씨는 어떤가요?
어제, 디뮤지엄 전시를 다녀왔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날씨. 날씨의 여러 모습을 담아낸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둔 전시였다. 카테고리는 눈, 비, 어둠 등등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그 날의 대기를 담아낸 사진이나, 날씨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전시의 주를 이루었다.
'날씨'라는 소재의 범주를 작가마다 다르게 잡은 점이 인상깊었다.
어느 작가는 빛이 변하는 하늘의 사진만을 담아낸 반면, 어느 작가는 여름 해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담아내고, 어느 작가는 날씨를 본인의 상상에 맞춰 재단하기도 했다.
위 사진들을 찍은 작가의 피사체는 날씨가 아닌 본인의 친구들이다.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을 기록에 남기는게 주 작품 내용이다.
어쩌면 날씨라는 건 대기의 상태, 온도, 비의 유무를 이야기 하는 것보다도 그 시점에 같이 있었던 사람과의 기억을 이야기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매일 하루하루의 날씨를 기록하는 건 특별한 일이 될 것 같다. 그날의 날씨를 함께 했었던 사람과의 이야기도 끄적여보다 보면, 그 날 날씨에 따라 대화 내용도 어느 정도 달라졌을 것 같고, 기분이 차분해지거나 들뜸에 따라 내가 상대에게 대했던 애티튜드도 달라짐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똑같이 비가 내리는 날임에도 어느 날은 적당히 센치해져, 비의 분위기를 즐기는 반면 어느 날은 한없이 우울해져 이불 속에 틀어박혀있기도 하다. 우울해지는 때마다 과거에 써 놨던 날씨 기록들을 뒤적이면서, 내가 어떤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그 때의 내 감정이 어땠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기분이 한결 전환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들 속에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어 작품을 보는 내내 미소를 지으면서 감상했다.
전시 중에 크게 공감이 되는 문구 2가지가 있어서 찍어왔다.
윤흥길의 [장마]나 알베르트 카뮈의 [이방인] 같은 문학작품들에서는 날씨가 글의 서사를 쥐고 있는 소재로써 활용된다.날씨가 인간의 통제가능성을 벗어나는 절대적인 존재로 프레임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눈과 비와 구름 등에 의미를 부여하고 몇 천년 동안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다.
"구름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들이 구름에 상징과 의미를 담아온 이유"
어린왕자가 소중한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듯이, 우리는 어쩌면 이상, 몽상의 것을 늘 탐하고 바라왔던 것일 수도 있다. 현대인들이 늘 바라는 유용성의 범위를 넘어선 그 너머의 것. 우리는 달을 관찰하고 구름을 바라보면서 잠시 현실세계로부터 빠져나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달을 쳐다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사람이야 말로, 미학을 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하루에 세 번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우리가 감히 정의내릴 수 있는 것 아닐까.
날씨는 우리의 감정과도 유사한 부분이 많기도 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의 상황이라던가, 날씨나 감정의 원인 자체를 컨트롤 하지는 못하지만, 그로 인한 방어책은 우리 스스로가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라던가..
"내리는 빗 속에서 더 이상 젖지 않는 것들은 이미 젖은 것들이고 젖은 것들만이 비의 무게를 알 것이다."
우리는 감정이 가끔씩 밑바닥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억누를 수 없다. 그럴 때 나는 그냥 let it go라고 말을 하는 용기를 갖고 싶다. 우울한 감정 또한 나의 일부며, 내가 하고 있는 다소 부끄러운 생각조차 나의 일부이다. 내리는 빗 속에서 다소 몸이 젖을 지는 몰라도, 젖은 몸을 보며 비의 존재를 깨달았을 때 한층 더 성숙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흐르는 감정을 조금 내버려두는 것. 그것이 감정에 대한 나의 방어책이다.
굉장히 재밌었던 작품들도 몇 가지 있었다. 사물과 날씨를 포토샵으로 합성을 한 작품들이었는데,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돋보였다. 너무나도 흔히 지나치기 쉬운 사물들을 포착해서 날씨를 떠올린다는 시각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본 사물은 내가 바라본 사물과는 많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작품들이었다.
팝아트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작가만의 독창적인 매력이 어우러지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 작가는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아, 배경과 대비되는 인물들의 형식적이고 딱딱한 모습을 묘사하고자 했다. 처음 작품을 봤을 떄는 색채가 굉장히 비비드하고 온도가 높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수영장 물의 냉담함과 사진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이 작품의 이미지를 좌우하게 된다.
수영장과 밝은 햇살, 수영수트를 입은 사람들 이라는 소재를 완전히 색다르게 해석한 작품들이었다.
작품들을 여러 살펴보면서 개개인의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시각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는 전시였다.
오랜만에 갔던 전시라서 작품 하나하나를 충분히 시간을 두고 감상하려고 노력했다. 전시를 가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시각과 관점을 엿보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이다. 오늘도 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그들의 다양한 미적 관점에 놀랐고, 내가 생각한 것을 사진으로 오롯이 담을 수 있는 사진 작가들이 부럽기도 했다. 나도 이번 방학 때 사진을 조금 더 열심히 배워서, 내가 생각하고 느낀 감정들을 사진에 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느낀 점이 많았던 좋은 전시였다..!! 전시장 곳곳에 세심한 신경을 쓴 흔적들이 보여 더더 좋았다:)
[오늘의 다짐]
날씨는 우리 삶에 그 무엇보다도 깊게 개입되어 있지만, 그 존재의 가치를 쉽게 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나의 날씨를 매일 조금이라도 기록하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맞아.. 오늘은 부슬비가 내려 분위기가 있었지.." 라고 되돌아보며 하루 일과를 다시 되돌아보는 것이 지친 나에게 힐링이 되고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