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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tsbie Apr 19. 2020

나 지친 것 같아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것 같아

대학에 진학한 지 이제 3년이 넘어, 남들이 말하는 '화석' 학년에 진입했다.

교양 수업을 들으러 갔더니 나보다 2-3살이 어린 새내기들이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었고, 그 사이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내가 나이가 너무 많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이방인 같이 느껴지기도 해 이제 다시는 교양을 듣지 않아야 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로 나를 화석이라고 놀리는 후배들이 생겼다..!!(출처 : 한국일보)


난 올해 23살이 되었다.


부모님 품에서 뛰쳐나온지 이제 4년차에 접어들었으며 유년기 15년 가량을 제외하면, 내 머리로 이성적이고 자주적인 판단을 하며 살아온지 8년이 되었다. 아직 나는 내가 생각하는 '어른'과는 너무 거리가 멀며 '화석'이라고 불리기에 나이가 많지도 않다.


20대 대학생이 된 나는 고등학생 때와 달라진 점이라곤 술을 마실 수 있는 자유와 자취를 해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자유를 획득했다는 점.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직도 막막하고 나는 아직 미성숙한 것 처럼 느껴진다.




문득, 23살이 된 이 시점에 내가 이 때까지 대학생활 3년을 어떻게 지내왔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경상도에서 20년간 살아오고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은 나에겐 서울은 마치 기회의 땅이었다!


서울에 가면 뮤지컬을 실컷 보고, 전시회도 마음껏 다닐 수 있으며 어딜 가나 있는 지하철 역으로 서울을 슝슝 여행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라마나 예능에서 봐왔던 한강, 광화문, 강남, 명동이 바로 코앞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계속 꿈꿔왔던 서울 생활이기에 내가 원하는 건 마음껏 했다. 후회하지 않을만큼 열심히 살았다.

평범하고 특별할 것이 없는 대학생임에도 3년 동안 알차게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려고 노력했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편안하게 적당한 돈을 벌면서 적당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는 삶을 최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권력과 부의 최고점에 올라 흔히 말하는 '사회적 성공'을 이루는 삶을 최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삶이 있다.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이 되는 것'

그 형태가 어떻든, 어떤 방식이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회적인 영향력을 끼치려면 방구석에 앉아 편하게 휴식을 취하기 보다는 계속 몸을 움직이고 나를 괴롭혀야 하기에 나는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당연히 긍정한다.


내가 원하는 삶이고 내가 좋아하는 삶이고 내가 선택한 삶이기 때문이다.


근데 저번 여름, 내가 원하는 목표치와 이상향을 앎에도, 지쳤었다. 너무 지쳐서 번아웃이 됐었고 매일 밤 힘들어서 눈물이 났다.




아이유 '무릎'이라는 노래의 가사 중 이런 구절이 있다.


"나 지친 것 같아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것 같아"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유도 이 곡을 낸 것이 딱 23살이었다. �I'm twenty three 난 수수께끼�라는 가사를 들고 당차게 대중 앞에 섰으니 말이다.


그 때의 아이유와 지금의 나 똑같이 23살이고 아마 이 맘 때쯤 아이유도 많이 힘들었나 보다.

나도 내 나름의 자리에서 힘들었고 아이유도 아이유라는 자리에서 힘듦을 느꼈을 것이다. 안나 카레리나에서도 말했듯 행복한 사람은 모양새가 비슷하지만, 불행한 사람은 각기 불행의 이유가 다르다고 했으니 말이다. 아이유도 나처럼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하고 펑펑 울어버리기도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닉하게 그 때는 죽을만큼 힘들어서 펑펑 울어버렸는데 지금 지나보니 지난 여름에 내가 겪었던 힘듦은 인생에 한 번 쯤은 있어도 좋을 법한 힘듦이었다고 느낀다. 힘듦을 계기로 내가 쉼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를 다시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느꼈다. 내가 힘들고 지쳐했던 과거의 모습도 소중한 순간임을.

힘든 걸 이겨내자! 라는 건 아니지만 힘든 시기가 닥쳐온다면 물 흐르듯이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내가 죽을만큼 힘들다 느낄 때가 온다면 아등바등하지 않고 탁 모든 걸 놓아버려 보고 싶다.

나에게 쉼을 주고 재충전의 기회를 기꺼이 가질 것이다.

너무 바쁘게만 살아가기엔 내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23살에 새롭게 얻은 생각이 바로 이것이며, 나는 지금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나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외식을 줄이고 직접 요리한 음식을 나에게 대접하고, 1:1 체형교정 수업도 받으면서 그 동안 잘못 썼던 근육들을 교정해주고 있다. 부족했던 근력운동도 하면서 근육도 키우고 있다.


나에게만 오롯이 쏟아붓는 지금의 시간들도 하루하루 알차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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