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현대회화 작가와 만났다
시멘트 바닥과 간이벽에
목, 신, 안, 서, 박, 김, 장의
얽혀 뒹구는 밋밋한 얼굴들
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본다
둥근 창 안 진흙의 눈초리
날카로운 선묘를 친(牧)다
뒷모습도 그리세요?
가다가 잊어버린 옅은 꿈결
꽃병에 가만히 선(善) 한 송이
푸른 곰팡이와 바삭한 이끼
메마른 초록의 좁은 물길로
무채의 머리카락 쓸려내려와
잿빛 척추 잠자코 쌓인 멜랑콜리
눈송이의 향기, 한여름에 입술들
저 어디 그을리는 등선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