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는 안되거든요
움(萌)이 튼다. 탱글탱글 터지는 싹의 얼굴들. 봄이다.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 대책 없다. 메마른 나뭇가지를 뚫고 팝콘들이 튄다. 멀리서 보면 비슷한 생김새다. 깊이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그렇다. 알맞은 기후에 근접하면 범람하는 물것들의 가능성, 어김이 없다. 명암과 질감이 형태가 순방향이다. 새싹은 어디로부터든지 간에 가지가지 도착한다. 삐죽거린다. 겁이 없다. 무섭도록 치열하다.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삐져나온다. 표뵤푯 포퐁푝 포보뵥 폿퐁뵹뵤봉뵷.
맞다, 호기심이다. 직접 경험하고 느껴야 한다고 쓴다면 가까울까, 설명으로는 불가능한 것들이 중첩될 때 암실은 걷는 길이 된다. 어둠과 달빛과 언덕의 원만한 밤을 걷는 이가 있다. 생각의 귀퉁이마다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 두려움보다는 안전함을 느낀다. 글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때로는 사진이나 그림_시각적인 이미지들이 눈과 마음을 언어의 외부로 이끌어 서사의 확장성을 주기도 한다. 숨어있는 감각이 살갗으로 불거지는 우툴두툴 소름 같은 것들. 창을 열면 피부에 스며드는 찬 공기처럼.
카메라를 들고 걷는다. 삼각대는 선호하지 않는다. 흔들리는 대로 자연스럽게 찍는다. 호기심, 오기심, 우기심, (그분이) 오심.., 뭐 그런 것들이 촬영 엔진이 된다. 완만한 곡선이 느리게 움직인다. 사진 뒷 면에는 2004년에 만난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다. 만년필로 쓴 글자의 검푸른 뭉그러짐 옆.
길가 주변에 몸을 기대고 앉아 즉물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억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일상의 파동을 채록한다. 흐름의 결이 맞는다면 과감한 노출값을 줘도 좋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그런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