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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여정을 찾기 위해 대학원을 가기로

by 져니킴

그래픽 디자이너 vs 프로덕트 디자이너?

영주권을 받자마자 일자리를 찾기 위해 레주메를 쓰고 대략 수십 곳에 지원했는데 연락 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2년 일했던 경력이 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었지만 미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곳이었다. 물론 미국인들이 레주메를 볼 때 모르는 외국회사라고 해서 패스하지는 않았겠지만 이왕이면 미국 내 회사에서 있었던 경력을 더 선호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나의 자신감과 열정이 없었다. 무언가.. 더 잘하고 좋아하는 게 있을 것 같았다. 이때는 2020년이었고 내 귀에까지 UX/UI라는 분야가 들려오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렇다고 남들이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뛰어들기는 싫었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디자인을 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픽 디자인을 해보니 종이라는 매체가 나와 잘 안 맞는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다양한 변수, 예를 들어 인쇄소에서 일어나는 내가 예측하지 못하는 일들(물론 나의 역량 부족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하고 편집한 것이 종이의 두께, 질, 색 등에 따라 예상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좀 더 인터랙티브 하게 즉각적으로 디자인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을 선호했다. 그리고 사용자의 경험의 디자인에 대한 욕구는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매체인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어플들을 사용할 때 느꼈던 불편함들과 그에 따른 솔루션들을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고 이 분야에서 일한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더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고민이 정말 많았다. 첫 번째는

대학원을 갈 것이냐, 부트캠프를 할 것이냐에 대해 고민이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부트캠프는 짧은 시간이면 끝낼 수 있지만 나중에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부트캠프여서 그런가라는 후회를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원을 가기로 마음이 기울었다.


두 번째는 어느 학교를 갈 것이냐였다.

그 당시 나는 20대 중반이 훌쩍 넘었고 빨리 학교를 들어가서 영어도 더 부딪히고 하루빨리 배움을 시작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UI/UX, 인터랙션을 가르치는 학교를 찾아보았고 많지는 않지만 몇 가지로 추려졌다.


California College of the Arts (CCA) – San Francisco & Oakland

프로그램: Interaction Design BFA, MFA

특징: 디자인 이론과 실무를 모두 다룸.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이 강조됨.


UC Berkeley Extension – Berkeley, San Francisco

프로그램: Professional Program in UX/UI

특징: 직장인을 위한 비학위 UX/UI 디자인 프로그램. 실무 중심의 수업. 저녁 및 주말 수업 제공.


Academy of Art University – San Francisco

프로그램: BFA/MFA in Interaction & UI/UX Design

특징: 포트폴리오 중심 교육. 다양한 디자인 툴과 실무 경험 제공.


두 번째의 UC 버클리의 경우 비학위 프로그램이어서 부트캠프와 비슷했고 생각보다 정보가 많이 없었고 그에 비해 가격이 꽤 비쌌다고 생각이 들어 우선 제외시켰다.

첫 번째 학교는 마음에 들었는데 지원시기를 놓쳐 내년까지 기다려야 했고 완전 리모트가 아니어서 오클랜드까지 학교를 통학해야 했기에 고려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 남은 학교는 세 번째 AAU였고 이 학교의 경우에는 포트폴리오가 따로 필요 없는 입학에 있어서 열린 학교였기에 준비할 시간도 오래 필요하지 않았기에 바로 지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연히) 입학을 환영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AAU 학교에 대한 나의 전반적인 감상은 이렇다.


이런 사람이라면 잘 맞을 것이다

-디자인 툴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배우고 싶은 사람

-UI/UX디자인에 관련해 전반적으로 간단한 리서치부터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데까지의 과정을 배우고 싶은 사람

-부트캠프나 비학위 프로그램보다는 석사 학위를 선호하는 사람


-평가가 좋은 교수님의 수업을 찾아서 들을 것, 나는 그러지 못해서 쓸데없는 수업을 몇 번 들었었다. 예를 들어 나는 이미 디자인 학사가 있어서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 등의 기본 툴은 다룰 줄 아는데 잘 모르고 어드바이저가 정해준 수업대로 그냥 들었더니 시간 낭비라고 생각되는 수업들이 있었다.


-마지막 학기에 듣는 수업들을 특히 잘 고르고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 UX 심층 관련 수업) 교수님을 잘 활용할 것. 나의 경우, 마지막 학기 들을 때에 한 회사와 인터뷰 진행 중이었는데 그 회사에서 준 Assignment 관련해서도 교수님께 팁을 많이 구했었다. 그리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최종 오퍼를 받았다.



아쉬웠던 점

-내가 가보지 않았던 길에 대한 호기심이나 아쉬움일 수도 있는데 업계에 나와보니 HCI학과를 나온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론 AAU 졸업생들이 굉장히 많은 곳에서 활약을 하고 있지만, HCI에서는 무언가 더 심층적인 인터랙션이나 UX에 관한 수업을 듣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어서 이 부분도 고려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더 잘 비교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학교에서 결국 좋은 친구들과 교수님들도 많이 만나 미국 사회에서 다시 디자이너의 여정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감사한 게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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