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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빅테크에서 배운 한 가지가 있다면

by 져니킴

일년정도 조금 넘게 메타라는 회사에 있으며 이 곳에서 내가 얻고 배운 것이 있다면 '내가 할 일을 스스로 찾는 능력' 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 회사에 다녔을 때 그리고 미국에서 첫 회사였던 막 커나가고 있던 AI 회사에서는 쉽게 말해 내가 할 일을 여기저기서 찾아다닐 필요는 없었다. 내가 발굴해내기 전 부터 내 눈앞에 쏟아져있는 일들이 보였고 그 중에 중요한 일들을 먼저 잘~해내면 그만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그리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들은 내가 잘 해왔던 것이었기에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메타의 어느 디자인팀에 들어간 지 첫 한 달동안 내가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아무도 내게 일을 시키지 않는 현상이었다. 물론 팀 내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던 일들 중에 몇 가지를 내게 해보라고 준 것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다 하고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내가 일을 빨리하는 건가?' '이것만 일하고 월급을 받아도 되나?' '남들도 그런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리고 회사와 팀에 익숙해지기 시작해지고 동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지자 주변사람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게 되었고 그제서야 그들이 얼마나 바쁜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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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대부분의 동료들은 현재 급하게 하고있는 일 외에도 새로운 일의 가능성을 찾아 뛰어다니고 있었다. 나는 천성이 게을러서인지?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일을 찾아서 추가할 생각을 하니 엄두도 안나고 머리가 아픈 느낌부터 들었다.

매니저와의 1:1이 매주 있었는데 이 30분이 매니저와 그냥 스몰토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것들을 해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것들이 새로운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등의 이야기를 스몰토크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는 게 중요한 시간이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개발된 지 오래된 페이스북이라는 어플과 그 디자인시스템 내의 다양한 해결할 거리들을 찾으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솔직히 이전 회사의 제품처럼 막 성장하고 있던 제품은 문제점이 쉽게 보였지만 페이스북에서는 그것들을 찾는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솔루션을 예상해보고 작은 것이라도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이끄는 것들의 갯수가 많아야 이 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일년에 두번있는 퍼포먼스 리뷰에서는 그것들을 솎아내어 매니저가 잘 이해할 수 있게 그것이 얼마나 팀의 목표에 부합하는 일들이었는지 잘 써야했다.


그때는 나를 자책하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 시간들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얼핏보면 완벽해보이는 것에서 문제점을 찾아내려고 머리를 쥐어짰던, 내게는 쉽지 않았던 시간들이 나를 한뼘 더 성장하게 해주었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게으른 버릇을 고치게 해줬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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