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남동생이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직업을 못 찾고 방황하던 걱정거리였다.
월급날엔 어깨가 펴지고,
카드값 고지서엔 어깨가 처지는,
흔한 삼십 대의 하루를 사는 아이.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적성에 맞고 운도 잘 맞는 일을 찾았고, 일이 척척 잘 풀렸다.
돈이 벌렸다.
‘벌었다’고 말하기엔
금액이 제법 컸다.
부모님도, 형제들도 기뻤다.
‘드디어 자리를 잡고 사는구나.’
농담처럼, 축하처럼.
식구들이 모이면
그가 밥값을 내는 일도 자연스러워졌고,
어느새 그는
드디어 제 몫을 해내는 어른처럼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의 말이 점점 달라졌다.
형들이 무슨 말을 하면
반박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게 아니고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이해할 수가 없네.”
말끝마다 무시의 냄새가 묻었다.
형제들끼리 농담처럼
삶을 풀어내던 자리에서
그는 혼자 정답을 말하려 했다.
나는 알았다.
그의 통장이 두꺼워졌지만
그의 마음엔 여전히 빈 곳이 많다는 걸.
돈은
은행에 쌓일 수 있지만
사람에게 쌓이는 건
경험이고, 관계고, 말의 무게다.
그는 아직
그걸 배우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처음엔
그를 타이르고 싶었다.
“다른 생각도 있는 거야.”
“말이 너무 극단적이고 세 보여.”
그런 말들을 건넸지만
그는 웃으며 넘겼다.
그 말에 그럴만한 이유를 댄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돈이 많아지면
사람이 변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안다.
변한 게 아니라
속에 있던 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예전엔 몰랐다.
형제 사이에도
거리라는 것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돈을 매개로
서열이 다시 짜이고,
존중이 아니라
계산이 오가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요즘 말을 아낀다.
형제끼리도
지켜야 할 ‘존중’이 있다는 걸
그가 깨닫는 날이 올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가끔은 생각한다.
그의 앞길이 여전히 탄탄하길 바라면서도
어디선가
삶의 ‘낭떠러지’를 살짝만 마주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야 알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그게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걸.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삶의 지혜까지 넘치는 건 아니다.
그건 돈과는
다른 결의 시간에서만 자라나는 것이니까.
나는 그가
그걸 깨닫길 기다린다.
형제끼리
서로 무시하지 않고,
지혜의 무게로만
조용히 말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나는 형제니까.
끝까지 기다릴 자격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