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가식

by 이손끝



어제는 한 여자연예인이 코를 찡긋하며 눈을 감고 웃는 사진을 봤다. 참 예뻤다. 저 표정을 지으면 이렇게 자연스럽고 사랑스럽게 나온다는 걸 알고 찍었겠지, 싶은 사진이었다. 순간 나도 따라 해보고 싶어졌다. 거울 앞에 서서 코를 찡긋, 눈을 감고 웃어보았다. 그런데 내 얼굴에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어색하고 우스웠다.


생각해 보니 나는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표정을 이미 오래전에 정해두고 있었다. 한때는 거울 앞에서 예쁘게 보일 만한 미소를 연습하던 시절도 있었다. 억지스럽지 않게, 자연스러워 보이게. 그러다 결국 얼굴 근육을 많이 쓰지 않고 눈주름에 웃음기를 담고 입꼬리를 살짝 옆으로 찢듯이 웃는 표정이 가장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내 사진 속에는 늘 그 표정만 있다. 누구에게도 트집 잡히지 않을 무난하고 안전한 웃음.


나는 왜 그 표정 하나에 나를 고정시켜 두었을까. 조금 더 자유롭게 다양한 표정을 짓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물론 사람마다 어울리는 표정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르니 굳이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얼굴에 감정이 겹겹이 드러나는 사람들은 보기 좋다. 표정이 많은 얼굴은 그 자체로 여유로워 보인다.


그러면서 또 생각했다. 나는 저런 표정들을 두고 ‘가식적이네’ 하고 비웃은 적도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귀엽게 웃는 건 어딘가 꾸민 것 같다고. 그런데 오늘 따라 해 보며 깨달았다. 어쩌면 나도 늘 가장 안전한 웃음만 지어온 게 더 가식일지도 모르겠다고. 딱 정해놓은 표정, 안전한 범위 안에서만 웃으려 했던 건 아닐까.


그런 모순은 아이들 사진에서도 느낀다. 아이들이 망가진 표정으로, 침 흘리고 엉망으로 웃는 사진은 그렇게 예뻐 보여서 꼭 남기려 한다. 아이들이 “지워줘!” 하면 “이게 진짜 예쁜 거야” 하며 오히려 더 좋아한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장 그들답다고 믿으니까. 그런데 정작 내 사진은 늘 같은 웃음만으로 채워두고 있다. 나도 가장 나다운 얼굴로 남겨야 하는데.


오늘 거울 앞에서 다시 코를 찡긋해 봤다. 여전히 어색했지만, 어제보단 조금 부드러워졌다. 나도 조금씩 내 얼굴을 풀어주고 싶다. 익숙한 웃음 하나에만 나를 가두지 않고. 어쩌면 그런 과정도, 조금은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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