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가 덜 중요해지는 거야.

by 이손끝


나는 한때, 내가 꽤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객기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이십 대 중반까지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좀 다르고, 남보다 깊고, 내가 누구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고. 그런 생각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방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 서른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다.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도, 나는 여전히 내 마음속 작은 방을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출산이라는 과정이, 그 작은 방을 그렇게까지 무너뜨릴 줄은 몰랐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내 몸이 생각으로 제어가 되지 않는 것을 느꼈다. 의지가 아니라 계획이 아니라, 그저 흐르는 물처럼, 멈출 수 없는 파도처럼. 그제야 알았다. 나는 생각보다 훨씬 단순한 생명체였다는 걸. 마음보다 먼저 움직이는 몸의 시간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새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 이어진 시간들. 짧지 않은 밤들. 깊은숨을 삼키며 견뎌낸 새벽들. 아이는 울었고, 나는 품었고, 다시 울었고, 나는 토닥였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인내를 배웠다. 희생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몸으로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를 위해 나를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이를 품은 이후,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구나, 심지어 내 목숨마저 내어줄 수 있겠다는 마음까지 들 수 있구나. 그제야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이 어쩌면 조금은 가벼웠던 건 아닐까. 나는 내 안의 사랑이라는 말을 새로 쓰게 되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예전에는 나라는 사람을 증명하고 싶어 안달이 났던 때가 많았다. 잘난 척도 했고, 나만의 기준을 세우며 우쭐했던 때도 있었다. 지금도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남아 있다. 다만 그 결이 달라졌다.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정의하면서, 나는 ‘내가 덜 중요해지는’ 법을 배워갔다.


그것이 부모가 된다는 것 아닐까. 누군가를 위해 내가 덜 중요해지는 것. 그것이 내게는 사랑이었다. 나는 오늘도 아이와 하루를 보낸다. 웃다가, 토닥이다가, 혼자만의 시간을 잠시 그리워하다가도 아이의 웃음 한 번에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문득, 나는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내가 덜 중요해지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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