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장인(匠人). 손으로 공(工)을 이루는 사람. ‘장(匠)’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완성하는 '인(人)' 사람을 뜻한다. 기술자, 예술가, 혹은 평생 한 가지를 붙잡고 묵묵히 견뎌낸 사람이다.
나는 종종 자기의 분야에서 성공한 운동선수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찾아본다. 그 분야의 ‘탑’이 된 사람들이 일에 대해 말하는 방식은, 마치 인생 전체에 대한 시를 읊는 것 같다. 김연아 선수가 그랬다. “뭘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죠.” 하지만 저 말은 ‘아무 생각 없이 한다’는 게 아니다. 수천 번 반복한 훈련 끝에, 결국 생각이 사라지는 경지. 생각 없이도 몸이 반응하는 수준. 그건 노력의 무게가 ‘습관’이라는 날개를 달아준 순간의 말이었다. 그녀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몸이 알고 있으니까. 그걸 보고 나는, 좋은 인생도 결국 ‘그냥 한다’에서 오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너무 오래 고민만 하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의심하면서 시작해도, 반복하고 쌓이면 언젠가는 그 일상이 나를 이끈다.
재즈 피아니스트 에스페란자 스팔딩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악기를 가장 잘 다룰 때는, 그 악기를 ‘통해서’ 말하지 않을 때예요. 그냥 제가 되는 거죠.” 이 말도 참 인상 깊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잘할 때는, 그것을 ‘수단’으로 여기지 않을 때다. 일이 일이 아니라 나의 일부가 될 때. ‘나답게’ 하고 있다 느낄 때. 장인은 결국 자신을 지우는 사람이고, 그 안에 진짜 자신을 남긴다. 욕심을 벗고, 표현하려 애쓰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 나는 종종 디자인을 하면서, 여기에 도달할 수 있을까 자문한다.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지만, 그 안에서도 ‘나다움’이 녹아있어야 한다. 그 경계가 늘 어렵다. 하지만 노력하고 있다.
또 한 명, 일본 장인 정신의 대명사, 초밥 장인 지로. 다큐멘터리 《지로의 꿈》에서 그는 이런 말을 한다. “나 는 여전히 완벽을 향해 나아간다.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80대였다. 이미 세계 최고의 초밥 장인이라는 평가를 받은 뒤였지만, 여전히 같은 재료를 같은 방식으로 다듬으며 ‘더 나은’ 방법을 찾았다. 이건 어떤 지점에서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던지는 묵직한 한마디다. 완벽은 목표가 아니라 태도다. 조금씩 더 나아지려는 마음. 그 마음을 유지하는 사람이 결국 ‘장인’이 되는 것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지금 하는 일, 매일 반복되는 이 노동과 루틴 속에서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다면, 그건 누군가에게 ‘지루하고 작은 일’이 아니라, 나에게는 ‘장인의 하루’ 일 수 있다. 내가 하루를 어떤 태도로 사느냐에 따라, 그날은 그냥 지나가는 날이 되기도 하고, 무언가를 깊게 파낸 하루가 되기도 한다. 장인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쌓아 올린다. 그 손끝의 기술보다, 마음속의 태도가 빛난다. 나는 아직 장인이 되지 못했지만, 그들의 말과 삶이 자꾸 나를 일으켜 세운다. 내 일도, 내 글도, 내 하루도 언젠가는 ‘그냥 한다’는 말로 설명될 수 있을 때까지. 그날까지 나는, 천천히, 묵묵히 내 길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