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 출산, 나는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구나

14화

by 이손끝

나는 늘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믿고 싶어 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이고, 사랑받고 주목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마음 밑바닥에는 늘 열등감이 깔려 있었다. 인정받지 못하면 견디기 힘들었고, 누군가 나보다 앞서가면 마음이 불편했다. 겉으로는 당당했지만 속으로는 늘 흔들리던, 자존감 없는 나르시시스트였다.


그런 내가 아이를 갖게 됐다. 배가 조금씩 불러오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은 축하를 건넸다. 나 역시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출산이라는 일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한 단계 지나가는 과정 정도로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나 중심의 삶을 살고 있었고, 아이 역시 그 삶의 일부가 될 거라 믿었다.


출산 예정일 전날, 이슬이라고 피가 비쳤다. 부랴부랴 오전 10시에 병원에 들어갔다. 진통이 시작됐지만 생각보다 견딜 만했다.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 4cm가 열리면서부터 통증이 심해졌다. 그런데도 아이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나는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뱃심도 약했다. 힘을 주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온몸의 기운을 짜내야 했다. 진통은 점점 길어졌고, 시간 감각도 흐려졌다.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고, 다시 아침이 되었다. 아이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었다. 통증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가기를 반복했고, 고문 같았다.


결국 아이가 태어난 건 다음 날 오전 10시 40분이었다. 무려 24시간을 버틴 끝이었다. 아이는 2.9킬로그램으로 작은 편이었지만, 맨날 책상 앞이나 누워서 책이나 읽던 힘없는 엄마에게는 그조차도 벅찼다. 아이의 머리가 골반을 밀고 나오며 몸이 벌어지는 순간, 나는 생각했다. ‘아, 나는 결국 동물이었구나.’ 그 순간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머리로 이해하는 고통이 아니라, 몸이 찢어지고 갈아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의료진은 내가 오래 걸릴 거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나는 그 말을 흘려들었다. 그동안 누구의 예상대로도 살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니까. 늘 엇나가고, 튀고, 예상 밖의 선택을 해왔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출산만큼은 달랐다. 의사와 간호사가 말한 그대로 진행됐다. 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그저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낳는 여성 중 한 사람이었다.


진통이 극에 달했을 때 나는 간호사와 의사의 팔을 붙들고 울며 말했다. “살려주세요.” 체면도, 자존심도, 뭐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본능만 남아 있었다. 중간에 토를 했고, 누군가 그것을 치워주었다. 그런데 나는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조차 할 줄 몰랐다. 그 순간의 나는 너무 급했고, 너무 이기적이었다. 오직 나만 살고 싶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을 때도 감동보다는 멍함이 먼저였다. 끝났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내가 그토록 붙잡고 있던 ‘나’라는 존재가 부서진 느낌이었다. 나는 특별한 존재라고 믿었는데, 결국 수많은 엄마들 중 한 사람이었다. 수없이 반복되어 온 출산의 과정 속에, 나 역시 똑같이 몸을 부수며 아이를 낳은 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나를 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출산 과정에서 내 본능을 전부 봐버렸다. 고통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모습, 타인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그리고 나서야 조금 겸손해졌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다.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있다면 그건 첫째 아이의 출산이다. 아이가 태어난 날, 나 역시 다시 태어났다. 이전의 나는 늘 주목받고 싶어 했고, 사랑받지 못하면 불안해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먼저 바라보게 됐다. 아이의 숨소리 하나에 밤잠을 설쳤고, 작은 울음에도 마음이 무너졌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특별하지만, 동시에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세상에 단 하나뿐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그 사실을 받아들인 날, 나는 조금 어른이 됐다.


아이를 안고 병실 창밖을 바라보던 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해는 똑같이 떠오르고 있었고,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내 안의 세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날, 나는 엄마가 되었고, 동시에 조금 더 인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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