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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작성할 때 시간 관리, 하루를 3일처럼 써보자.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by 킴익스피어

누구에게나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을 어떤 이는 딱 24시간으로 보내고, 어떤 이는 48시간으로 보내며, 어떤 이는 12시간으로 보내기도 한다. 논문을 작성할 때 나는 하루를 72시간 정도로 사용한 것 같다. 정말 시간이 부족해서 아끼고 아껴 쓸 수밖에 없었다.


2023년 9월, 지도 교수님과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2024년 6월 최종 인준을 받았으니, 논문을 작성하는 데 총 10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10개월 중 첫 한 달은 주제를 잡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막연하게 큰 분야를 정한 후, 지도 교수님의 말씀에 따라 선행연구를 모두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선행연구 중 비어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고 연구해야 할지 정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렸고 주제 선정 이후, 본격적으로 자료 수집을 시작하였다.


이렇게 시작한 논문 작성은 자료 수집, 통계 분석, 본문 작성, 서론 및 결론 작성, 통계 보완, 참고문헌 정리 등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자료 수집할 때까지만 해도 정보를 찾고 저장하고 기록하는, 비교적 단순한 작업이었기에, 노트북 하나를 들고 스타벅스나 스터디 카페를 전전하며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통계 분석이 시작되고 라이팅(본문 작성)이 시작되자,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카페에 가서 노트북을 켜고 듀얼 모니터를 설치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그리고 참고문헌(책)과 인쇄해 둔 자료들을 필요할 때 봐야 하는 데 그것들을 다 들고 다닐 자신도 없었다. 나중에 따로 찾아보게 되면 그것 또한 시간 낭비였다.


그래서 집에 논문을 작성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책상에 노트북과 듀얼 모니터를 센터에 두고, 양옆에는 언제는 꺼내 볼 수 있는 참고문헌과 인쇄물을 정리해 두었다. 그리고 책상 앞 벽면에는 논문 목차와 계획표를 부착하였고 필요한 사항을 메모한 포스트잇을 부착해 두었다. 집에 들어와서 자리에 앉기만 하면 바로 논문 작성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나는 논문을 작성하며 직장도 다녔기에, 평일 저녁시간과 주말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면서 논문 작성을 시작한다. 저녁을 먹을 때는 손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마우스 클릭으로 할 수 있는 통계 작업이나 참고문헌 인용 따기 등의 작업 위주로 한다. 저녁식사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키보드를 잡고 라이팅에 들어간다. 복사 붙여 넣기 한 인용문들을 패러프레이징하는데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낸 듯하다.


주말은 하루를 3분의 1로 나누어 생활했다. 금요일쯤 미리 이번 주말 이틀 동안 해야 할 일을 쭉 적어 내려간다. 우선순위를 정하여 아침, 점심, 저녁으로 분류하고 각각 해야 할 목록을 그 안에 집어넣는다. 이렇게 하면 주말을 총 6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한 계획표가 작성된다. 경험상 6개 중 5개는 클리어할 수 있다. 목표는 항상 약간 상향해서 설정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전부 수행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상향된 목표의 80% 정도 이룬 것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지장은 없다.


논문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후 약 5개월은 딱 이 루틴으로 진행했다. 누가 보면 박사 과정이라도 밟는 줄 알겠다며.. 주변에서는 조롱 아닌 조롱을 보내기도 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그들이 내 인생을 살아주는 것도 아니며, 내 이름을 걸고 쓰는 첫 논문이기에 이 정도 노력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이렇게 72시간 같은 24시간을 보낸 결과, 논문이 최종 인준된 그날, 지도 교수님께서 대견하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난 그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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