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과 책을 전부 덮고 집 밖으로 나간다.
10개월 정도 논문에 매진하며, 필라테스나 요가 등 기존에 하던 운동을 모두 접었었다. 시간을 내어 주기적으로 센터에 방문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문 작성을 하며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몸은 무거워졌고 왠지 뇌도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초반에는 논문을 쓰다가 잘 안 풀리면, 작업 내용을 바꾸는 걸로 견뎠다. 예를 들어 인용문 패러프레이징을 하다 숨이 턱턱 막힐 때는 통계 프로그램을 열고 통계를 열심히 돌려본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작업을 바꾸어도 약간 리프레시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노트북과 책을 전부 덮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집 근처에 공원으로 가서 음악을 들으며 빠른 걸음으로 또는 느린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문득문득 '아, 이건 이렇게 정리해야겠다. 아 그 방법이 있었지? 오, 그 부분은 어떤 내용의 연구를 좀 더 찾아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잘 안 풀리거나 답답했던 부분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한다.
문자와 숫자, 그리고 각종 정보로 가득한 작은 모니터 화면을 뚫어지게 볼 때는 생각나지 않던 것들이 바깥에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몸을 움직이니 하나둘씩 생각이 나더라.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워서 헬스장을 등록해 볼까 했지만, 주기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그러지는 못했다. 또한, 러닝머신에서 걷는 것보다는 바깥의 풍경과 하나 되어 걷는 편이 무언가 나에게 더 큰 리프레시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여름에는 더운 대로 겨울에는 추운 대로 복장을 달리하며, 그렇게 공원을 걸었다.
몸을 움직인 후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나서 다시 책상에 앉는다. 다시 논문을 작성하다 보면 나가기 전보다 효율이 150% 정도 오르는 경험을 한다. 몸도 가벼워졌을뿐더러 뇌 또한 몰입할 에너지를 잔뜩 충천해서 그런 듯하다.
꼭 논문 작성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잘 안 풀리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몸을 움직여보자. 가능한 바깥공기를 맞으며 땅에 발을 한 발 한 발 디뎌보자.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고 정말 의식적으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후 다시 어떤 일에 몰입하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