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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Aug 27. 2022

계절 생각

바람결에 묻어나는 가을을 마중하며


여름과 가을이 손깍지를 끼듯, 쏟아지는 햇볕과 거센 소나기 사이로 솔솔바람이 스며든다. 나흘 전 밤부터 선선해진 공기는 새벽녘을 지나 아침까지 넘어왔다. 계절이 바뀌려고 그랬던가, 지난밤 꿈이 어지러웠던 이유가.


어제 퇴근길에는 학교 뒷담장을 쓸며 세차게 불어오는 골목바람에 잠시 멍해졌다. 습한 공기가 물러나고 상쾌한 건조함을 머금은 바람이었다. 이렇게 좋은 공기를 흠뻑 느끼고 마실 수 있다니. 골목길에 가득 찬 바람이 하루의 고됨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듯했다. 그 축복을 온전히 맞으며 집을 향해 걸었다.



몽골로 열흘간의 출장을 갔다가 지난밤에 돌아온 나의 연인은 여름을 떠나 드넓은 벌판에서 대륙의 이른 겨울밤을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밟은 것은 가을로 접어든 땅이었다. 오늘 아침에는 구름마저 모두 물러가버리고, 청명하고 완연하게 높은 하늘 아래 서늘한 바람이 창문턱을 넘어온다.


내가 보는 것이 결국 나의 내면을 만든다.
내 몸, 내 걸음걸이, 내 눈빛을 빚는다.
네 귓바퀴는 아주 작은 소리도 담을 줄 아는구나,
네 눈빛은 나를 되비추는구나,
네 걸음은 벌레를 놀라게 하지 않을 만큼 사뿐하구나.


한정원 작가는 《시와 산책》에서, 자연이 돌연히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 산책하는 이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서히 흙이 부풀고 나무줄기 색깔이 바뀌는 봄처럼, 가을은 옆집 지붕을 뒤덮었던 초록 담쟁이들이 잎을 물들이느라 조금씩 버석거리고, 쟁쟁거리던 매미 소리와 찌쯔찌쯔 풀벌레 소리가 뒤섞이며 찾아온다.



매일이 이런 날씨면 좋겠다던 이의 말에 맞장구를 쳤지만, 전과는 달리 이제는 매 순간 바뀌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듯 매일 달라지는 날씨와 계절 그대로를 순진하게 좋아하기로 다. 슬며시 들렀다가 너무 서둘러 떠나버려 늘 아쉬운 가을도, 추위에 약해서 다른 계절보다 덜 좋아했던 겨울도, 이번에는 반갑게 맞아보려고 한다.




인용한 글 : 《시와 산책》 한정원 글, 시간의흐름 펴냄

Photo : pixabay.com & @especi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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