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왜 하필 테니스?

by 별글이

뜨거운 볕 아래 얼굴만 간신히 가리는 모자를 쓰고 먼지가 훌훌 날리는 클레이 코트를 땀과 함께 뛰어다니며 주먹만한 공을 치는 운동. 바로 테니스다. 자외선을 뿜어내는 햇살, 먼지를 머금은 공기, 흐르는 땀. 이 세가지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요소들이다. 그래서 나는 운동을 참 싫어하는 여자였다. 특히 흐르는 땀이 싫은 조건은 어떤 운동도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과 닫혀있는 마음을 의미한다.


운동과 담쌓고 살던 어느 날, 건강이 홀연히 사라졌다. 부정맥, 신장 쪽 대상포진, 잦은 감기와 천식. 진료를 보고 진맥을 볼 때 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 외쳤다.

운동을 하시오!

대답만 네! 끝까지 버텼건만. 팔과 다리가 저려 한 달 내내 잠을 못 잘 지경에 이르러서야 억지로 내 인생에 운동을 추가했다. 처음 도전 종목 필린이.


그런데 선생님을 잘못 만났다. 잦은 펑크와 당일 아침 스케줄 조절 요청으로 운동을 하는 날 보다 못 하는 날이 많아졌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손해를 보며 관뒀다.


한편 바깥양반은 테니스를 배우는 중이었다. 같이 치고 싶다며 무수히 꼬셔왔지만 (그렇다. 바깥양반은 결혼 11년차인 지금도 나를 꼬시는 중이다.) 운동의 싫은 3요소를 모두 겸비한 그 종목에 쉽사리 눈길이 가지 않았다. 어느 날, 친구가 테니스를 시작했다며 테니스 스커트 구매 정보를 요청했다. 쇼핑 천재인 나는 서칭의 여왕으로 불리는 사람.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세상에, 이렇게 예쁠 수가!!! 나도 사고 싶은 마음이 대기권을 뚫고 먼 우주로 나가버렸다.

그렇다.

나는 테니스 스커트가 진심이었고

테니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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