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는 베풂, 감사, 사랑입니다.
오늘 점심의 풍경은 어땠나요? 저는 아직 방학인 겸과 함께 건강과 욕구를 동시에 충족한 연어 샐러드와 컵라면 하나를 먹었어요. 원래는 연어 샐러드를 사이좋게 나눠 먹을 요량이었는데 겸이 꼭 사야 할 것이 있다며 집에서 멀리 있는 마트를 가자고 하는 바람에 고픈 배로 집을 나섰어요. 건강하게 먹기로 마음먹었는데 축축하고 쌀쌀한 날씨가 은은한 엠에스지와 나트륨의 짠 내, 알싸한 고춧가루 매운 향이 베인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라면 한 그릇을 부탁(?) 하더라고요. 맞아요, 그 라면 한 그릇은 저와 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꿉꿉한 날씨를 위한 메뉴였어요. 그런데 저는 왜 이렇게 배가 부르고 졸린 걸까요?
방학이 오면 겸과 함께 점심 한 끼 차려먹는 평일의 일상이 행복합니다. 혼자 밥을 차려 먹을 때면 몰려오는 외로움이 종종 버거울 때가 있어 제게는 혼밥이 참 어려운 일이거든요. 물론 아이들이 아기일 땐 아기띠를 하지 않고 조용히 혼자 밥 한 그릇 먹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제법 큰 아이들이 제 몫의 음식을 어엿이 혼자 감당하며 조잘조잘 이야기 나눠주는 밥 친구가 되어주어 참 기특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저에게 식탁이 있는 자리는 참 따뜻한 공간입니다.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소탈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때로 겸과 강이 안 보이는 것처럼 숨어들어 싱긋이 웃는 개구진 공간, 따로 책상이 없는 저에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 명절이면 가족들과 만두와 송편을 빚으며 서로 자기 것이 최고라고 우겨대는 공간. 식탁이 있어 오늘도 우리 집은 참 따뜻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식탁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표지부터 제 눈을 사로잡은 그림책 [위대한 식탁]입니다. 아름다운 꽃무늬 테이블보 위에 주홍빛 살구가 쪽빛 배경과 대비되며 굉장히 화려한 얼굴을 가진 그림책이죠. 저도 꽃무늬 식탁보를 깔고 싶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그림책으로 대리 만족해 봅니다.
위대한 식탁이란
집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아니죠, 온 세상에 펼쳐져 있죠.
혼자 힘으로는 차릴 수 없고요.
위대한 식탁
여러 나라의 식탁이 보입니다. 차려진 음식과 모습은 다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편안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함께 식탁을 나누며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어떤 음식으로 차려졌든 행복한 식탁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컵라면을 먹었던 그날의 점심이 문득 기억나는 장면이에요. (라면만 먹고사는 건 아니랍니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도
풍성한 지구를 나눠 가질 수 있도록.
위대한 식탁
땅은 오늘도 조건 없이 자신이 품은 생명들을 우리에게 나눠줍니다. 이토록 너그러운 땅 위에서 사랑과 베풂을 이야기해 주세요. 우리는 유한하지만 하늘과 바다와 땅에 울려 퍼진 우리의 이야기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며 영원히 전해질 테니까요.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도 조건 없이 넉넉히 내어 받아 위대한 식탁에서 기쁨과 사랑을 누리고 나눔과 베풂을 배울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조금씩 당겨 앉을게요.
함께 나눌 자리는 언제든 있답니다.
위대한 식탁
나의 식탁에 오른 음식들을 보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신의 은총이 있었기에 한 끼 넉넉히 먹었으니까요. 다만, 내가 배부른 이 시간 누군가의 배가 허기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와 함께 조그마한 숫자를 기부라는 이름으로 보내봅니다. 어려운 주머니 사정이라 너무 적은 금액이 부끄럽다고 하니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NGO 활동가의 이야기에 용기 내어 보내는 작은 돈 이지요.
모든 사람들이 위대한 식탁 앞에서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조금만 자리를 좁혀 앉으면, 조금 덜 배부르게 먹는다면 가능한 일일 테지요. 위대한 식탁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다 먹지 못할 만큼 차려져 있는 융숭한 식탁이 아니랍니다. 나의 한 끼를 위해 모르는 누군가의 애씀에 감사할 수 있는 겸손과 누군가의 허기진 배를 걱정하며 마음으로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사랑이 차려진 식탁이지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나에게 온 모든 것들을 위해 준 누군가의 정성과 배고픈 이들을 헤아릴 수 있는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하답니다. 혹시 아나요? 따뜻한 마음이 모인 그 자리에 온 세상 사람 모두를 위한 기적 같은 위대한 식탁의 축제가 벌어질지 말입니다. 나누어주세요. 여러분의 위대한 식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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