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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영 Mar 26. 2022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가족

카카오 TV '며느라기'라는 드라마는 참 이상하다. 아무도 악역이 없다. 그저 우리네 현실을 담담히 그려낼 뿐인데 매회 눈물이 핑 돈다. 


지나치게 공감되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 아이들은 자랄 때 학습을 받는다. 착하고 여성스럽게 자라 어른들의 사랑을 받아야 할 숙명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달고 산다. 


주인공 사린이 와 더불어 모든 며느리들은 시부모의 인정과 사랑이 받고 싶다. 그러나 결코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음이다. 

드라마에서 결혼한 사린이는 첫 명절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남자 어른들은 모두 거실에 모여 음식을 나눠먹고 대화를 나누며 여자들은 부엌에서 계속 요리를 만들어 낸다. 


심지어 남자들 상보다 낮고 좁은 상에 모여 여자들끼리 밥을 먹는다. 손주에게는 부엌도 못 가게 하면서 손녀에게는 행주질 잘한다며 칭찬한다. 


밀려드는 손님의 상을 차리고 치우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까지 마무리하고 식탁에 앉자 어머니가 말한다. '애매하게 남은 과일 두 조각 너랑 내가 먹어치우자'

여성들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현실. 가부장적 남성주의 남아선호 유교사상이 기성세대들에게 답습되고 흡수되어 내려왔기 때문이다. 


우리 집도 그랬었고 그것은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우리네 평범한 명절 모습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심플하고 담담하게 보여줌으로써 비이상적이라는 현상이라는 것을 독자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사린이는 아버지가 안 계시고 제사도 지내지 않아 이런 환경이 낯설고 어색하다. 30년 넘게 생판 모르는 남으로 살다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져 그 집의 가족이 된 것뿐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비정상적으로 느끼는 것은 사린이 뿐이다. 사린이를 둘러싼 모든 가족은 당연스럽고 정상적인 모습이다. 시린이는 혼란스러워한다. 


구청에 내는 신고 한 장으로, 주례 선생님의 가족이 되었다는 한마디에 이제 가족 된 이들에게 당신들이 지내온 방식이 정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싸우고 바꿀 수 있을까 


일부 시청자자들은 사린이가 답답하다고. 말도 못 하고 혼자만 끙끙대는 게 보기 싫다고도 하지만 충분히 이해되는 캐릭터이다. 시댁 어른들과 투쟁하며 바꿔 나가거나 관계를 끊을 수 있는 며느리가 몇이나 될까 


그리고 사린이의 시모 또한 그런 차별의 세월을 몸소 겪으며 '원래 그런 것이다'라고 받아들여 왔다. 최선을 다해 자식과 남편을 위해 헌신해 왔다. 다만 자신이 답습한 것은 물려주지 말아야겠다고 깨어 있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무지한 사람에게는 왜 그러냐고 질책할 수가 없다. 무지한 사람은 무엇이 무지한지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이 되었지만 또다시 한 장의 신고로 바로 남이 될 수도 있다. 가족 된 이들 문화와 방식이 서로 충돌한다면 개인의 성격에 맞게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방안은 

첫째. 체념을 하거나

둘째. 웃으며 따지거나

셋째.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새로운 가족에 대한 절대 존중과 이해가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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