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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영 Mar 26. 2022

이혼을 피하는 방법

이혼이 쉬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당사자가 되어 보지 않은 이상 결정까지 짊어졌을 그 고통의 무게를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그까짓 이유로 헤어졌냐며', '나는 다 참아왔노라며' 무력했던 그 인내가 자랑인양 떠들고 함부로 속단하지 말아야 한다. 

웬만하면 참고 살으라는 둥. 이혼녀로 어떻게 살 수 있냐는 둥. 이혼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상처인 당사자에게 상처를 후비는 상처는 주지 말아야 한다. 


도박을 하고 바람을 피워도, 손찌검을 하고 돈을 못 벌어도 참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질책 사유가 있는 이가 이와 같은 치명적인 문제를 상쇄할 다른 능력이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고쳐 쓸 수 있다고 믿는 것이거나 경제적 의존 문제 때문일 수도 있고 한쪽이 그냥 참고 사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에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두 가지의 경우에는 이혼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1. 부부싸움에 원가족이 개입할 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처럼 부부는 죽일 듯 싸우고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싸우는 과정에서 양가가 개입해 싸움에 관여하면 상황이 심각해지며 더욱이 양가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아는 언니가 얼마 전 이혼을 했다. 부부싸움의 이유는 남편의 음주 후 늦은 귀가였고, 이혼의 이유는 시모와의 갈등이다. 언니는 결혼 후 시댁 소유의 다세대 빌라 1층에 살았고 시부모는 2층에 살았다. 남편이 술 마시러 나갔다가 자정이 넘은 시간인 데도 핸드폰 연락도 되지 않아 심히 걱정을 했고 만취돼 돌아온 남편에 대한 안도감은 폭발적인 잔소리를 변질되어 모질게 소리를 질렀다. 


부부가 다투는 소리에 놀란 시부모는 당장 신혼집으로 쫓아 내려왔고, 남편의 등살을 치며 흥분해 소리쳐 화내는 언니의 모습에 화가 난 시모는 단방에 언니의 뺨을 내려치는 것으로. 찬물에 맨 손으로 천 기저귀 빨아가며 애지중지 길러온 소중한 아들을 보호했다. 


순간, 언니는 시모의 낯선 폭력 앞에 속수무책 무너졌다. 갈 곳 잃은 눈빛이 자기 엄마 뒤로 숨어버린 남편과 방관하는 시부의 사이 그 어딘가를 헤맸지만 언니는 그 순간 철저히 외부인이었고 이방인이었고 완벽한 타인이었다고 했다. 심지어 이 집안에 들어온 불쾌한 침입자였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 길로 나와 언니는 이혼을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날 남편의 친한 친구가 암에 걸렸다는 충격적인 사실 때문에 남편은 인사불성이 되어 핸드폰을 잃어버렸으며 그 난리통 속의 일도 기억을 못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하랴. 엎질러진 물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 만약 시부모 개입이 없었으면 다음날 부부는 해장국을 함께 원샷하며 친구를 위해 기도했을지 모를 일이다. 


부부싸움이 양가의 싸움이 되면 격정에 치닫는다. 각 가정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 되어 서로 원수가 되는데 원수의 집안의 자식이 같이 살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두 사람이 살겠다 해도 각자 집에서 말린다. 두 사람이 양가를 원수지간으로 만들고 자기들 스스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는 덫을 놓는 것이다. 


2. 인격을 모독하고 무시할 때 


부부싸움을 안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합의하고 토론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양보와 이해가 없더라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인격을 모독하는 일이다. 


특히 상대방이 갖고 있는 콤플렉스나 아킬레스건을 건들지 말아야 한다. 이를 테면 학력에 열등감이 있거나 경제적으로 유능하지 못하거나, 슬픈 가족사가 있거나, 신체적 결함 등에 대해서다. 


가정법원 재판장에 아내에게 핸드폰을 던진 남편이 왔다. 사유는 아내가 자신을 지속적으로 무시했고 깊은 모멸감을 느껴 궁지에 몰린 쥐처럼 마지막 발악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한없이 자극되는 열등감과 자격지심에 자신의 영혼마저 다 닳아 없어지고 내쉬는 숨마저도 부정당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아내는 말 끝마다 자신보다 못한 남편의 학력과 월급에 대해 버릇처럼 말했다. 


'고졸 출신 주제에'

'월급은 쥐꼬리 만한 주제에' 

'키도 쬐만한 게'


아내는 조목조목 다 사실. 팩트 아니냐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남자가 고작 그깟 말로 이혼을 요구하냐며 이혼을 거부했지만 결국 이혼이 되었다. 


다툴 때 상대의 인격은 건들지 말아야 한다. 인격은 곧 그 사람이다. 인신공격은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이다. 

가장 가까이서 나를 지탱하고 지지해 줄 가족이 나를 무시한다면 나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이며 그 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상대가 버릇처럼 내뱉는 가시는 마음 깊이 박혀 숨 쉴 때마다 아파올 것이다.


원가족 개입과 인신공격 두 가지만 피하면 갈등과 문제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별과 상처는 영원이 된다.  


오늘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면 명심하자. 상대의 약점은 건드리지 말고 싸웠던 일은 비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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