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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영 Mar 26. 2022

부부란 무엇인가 - 싸움의 기술

가정법원 가사과에는 가정폭력으로 정말 많은 부부가 재판을 받으러 온다. 네집 중 한집은 이혼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재판받으려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부부를 보면 필요한 의사소통을 해야 할 때도 서로 눈빛조차 교환하지 않으며 각기 다른 곳을 보고 있다. 기다림이 무척이나 무료하고 따분해 보인다


그들도 한때는 열렬히 사랑하며 놀이동산에서, 맛집에서 다른 느낌의 긴 줄을 서 있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때는 서로에게 눈길을 떼지 못하며 자동으로 기립하는 입꼬리에 행복의 미소를 머금고 서로를 바라보던 그때가. 기다림이 무척이나 설레고 즐거운 그때가.


부부란 어쩌면 치열하게 싸우며 합의에 도달해 가며 살아가는 관계일 것이다. 

합의가 안되면 헤어지는 것이고 합의가 되면 다시 살아가면서 또 다른 갈등과 난제에 다시 싸우는 일이 반복일 것이다. 


가정문제의 의사결정에 가장 현명하고 합리적인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서로 다른 신념과 가치관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부분 정답이 없다. 


식기세척기를 사느냐 렌털 하느냐. 환기는 하루 몇 번하는 가. 난방의 온도는 몇 도가 적절한 가. 치약은 왜 위에서부터 짜는가. 양가의 용돈은 얼마로 할 것인가. 등등


이런 문제들에 정답은 없다. 


합의란 무엇인가. 합의란 결국 잘 싸워 결론을 내는 과정이다. 잘 싸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두 가지 소양이 있다. 

양보와 이해. 이 두 글자만 잘 새기고 명심하면 합의에 이를 수 있다. 상대의 생각을 이해해 보려고 하고 조금만이라도 내 욕심을 내려두는 것이다. 


어느 한쪽만 양보와 이해를 해서도 안된다. 둘 다 같이 해야 한다. 한쪽만 계속 양보와 이해를 해주고 있다면 언젠간 곯아 터지게 된다. 합의과정에서 늘 지기만 하는 사람은 마음에 결핍이 생기고 결핍은 정신 및 신체적 건강문제, 경제적 문제 등 다른 결핍을 부른다. 결핍이 또 다른 결핍을 초래한다.

그래서 일방적인 희생은 대가를 치르게 되는 법이다. 


합의과정에서 한치의 이해와 양보가 없을 때 인정받지 못했던 내면 아이가 튀어나와 거친 언행을 하게 된다. 

그러면 가정법원에 오게 되는 것이다.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양보할 줄 모르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은 편이 현명하다. 

부디 오늘도 잘 싸우고 적당한 합의에 도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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