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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영 Mar 26. 2022

나를 너무 사랑해서 결혼 한다고?

20대의 나는 애정결핍이 심하고 자존감은 낮았으며 정서는 불안정한 시기였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때 많은 연애를 했다. 채우기 위한 연애였다.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나를 비로소 가치있게 했고 존재하게 했다.


사랑받지 않으면 나는 세상 가장 쓸모없고 가치 없는 인간이 되었다. 충분한 사랑의 표현을 받지 못하거나 상대가 조금이라도 식었다고 느끼면 불같이 화를 내고 심히 불안해 했다.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매달려 사랑을 구걸하기도 했고 이유없이 사랑을 매몰차게 던져 버리기도 했다. 많은 상처가 훑어 지나갔고 지금의 내가 있다. 몇번의 충격적인 이별(뒤끝 좋지 않은 헤어짐)은 아픈 만큼이나 나를 성장시켰다. 


내가 사랑에 실패했던 이유를 곰곰히 살펴보고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서야 한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지인들에 의하면 나는 늘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냐면...'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 지 깊이를 자랑삼아(대부분 물질적 표현 '선물') 떠들어 댔으나 나를 사랑하는 그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는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는 별로 들여다 보지 않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너무 사랑해서 나의 가치가 빛나는 것이 아니라 

괜찮은 사람이 나를 사랑해야 나의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데 미련하게도 오래 걸렸다. 


친한 언니가 교제하던 남자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다지 자신에게 헌신하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등산의 경험으로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언니가 계획한 등산을 하던 중 장대비가 내렸고 그 와중에 코스를 잘 못 짜는 바람에 주차장 반대편으로 하산 했다고 한다. 두사람은 거의 기진맥진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는데 

집으로 돌아갈때 까지 남자가 한번도 짜증과 신경질을 내지 않았으며 언니의 잘못된 계획을 비난, 책망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언니는 상대가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행동하는 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극한 등산의 상황을 통해 남친의 대처 능력과 내면이 강하다고 느꼈고 더이상 사랑의 깊이를 테스트 하게 되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사랑이란 결국 가변적이어서 깊다가고 얕아지고 얕아가도 깊어질 수 있지만 

그사람의 인성은 변하지 않으니깐 인성을 믿고 결혼하겠다는 것이다. 


그 커플은 연애때 열렬한 사랑이 보이지 않았던 커플이었지만 내 주변에서 지금 가장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이다. 


여행사를 운영했던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라는 책에서 본 내용이다. 

커플 여행 가이드를 하면 이 여행이 끝난 후 결혼하게 될 커플과 헤어지게 될 커플이 보인다고 했다.  

처음에는 서로 짐도 들어주고 컨디션도 챙겨주며 최선을 다해 잘해 주지만 막바지로 가면서 지치고 힘들고 짜증나는 상황이 되면 본성이 나온다는 것이다. 


결혼으로 가는 커플은 그런 상황에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의 기분을 챙기며 혹시 나의 부정적인 기분으로 누군가 불편하게 되지는 않는지 살핀다는 것이다.  


나를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 결혼 생활 내내 나한테 잘해 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위기의 순간 돌변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의 내면과 인성은 변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해서 사랑하지 말자.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에 대해서도 재지도 떠들지도 말자. 한 숨의 입김으로도 안개가 걷히고 콩깍지가 벗겨 질지 모를 일이다. 


그의 신념과 인성. 가치관이 얼마나 건강하고 괜찮은 지를 자랑하고 그런 사람이라면 믿고 미래를 그려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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