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짐의 속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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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편이다. 하지만 회사 신입 교육 때 동기 한 명과는 신기하리만큼 금세 친해졌고, 일주일도 안 되어 속 깊은 대화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다소 내성적인 나와 달리 그 동기는 서글서글한 성격에 사교성도 좋았고, 우린 성격은 달랐지만 유머 코드가 비슷해 죽이 잘 맞았다. 다른 동기들은 이런 우리를 보고 “원래 입사 전에도 알던 사이예요?”라고 묻기까지 했다.
급격한 친해짐 그리고 급격한 멀어짐
둘이 계속 같은 부서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같은 부서에 배치될 줄 알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다른 부서에 배치받게 되었다. 그러자 그 동기의 말투나 행동들이 변한 걸 느꼈다.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내가 반갑게 인사를 해도 예전과 달리 말투에 친근함이 없었다. 친했던 사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서운함은 더 크게 느껴졌다. 친해지는 속도와 멀어지는 속도는 비례했고, 언제 그렇게 친했었냐는 듯 개인적인 연락이 뚝 끊겼다.
적당한 친해짐의 속도
나는 원래 시간을 두고 천천히 친해지는 타입인데 왜 저 때는 달랐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조급함 때문이었다. 회사란 낯선 환경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내 편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누군가와 깊이 친해진다는 건 서로의 가치관, 인격, 성격 등을 이해하고 끌림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인격, 성격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경우 쉽게 친해지고 모든 게 완성된 어른의 경우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회사 동기의 경우 그 짧은 시간에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의 조급함 때문에 무리해서 친해짐의 속도를 내게 되었다.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빨리 친해졌지만 결국에는 더 큰 공허함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적당함의 시간이 필요하고 나이가 들수록 그 시간이 길어짐을 느낀다. 씁쓸한 경험을 통해서 적당한 시간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너무 빠른 친해짐은 결국 빠른 멀어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주도하는 관계
실패한 인간관계를 되돌아보면 그 당시에는 상대방이 문제라고 생각했었지만 돌이켜보면 나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그땐 ‘이 사람은 필요에 의해 누군가를 쉽게 사귀고 또 쉽게 관계를 정리하는구나.’라고 생각해 그 동기를 미워했지만, 결국 회사란 낯선 환경에서 누군가와 빨리 친해져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내 페이스대로 관계를 이끌어가지 못한 내 잘못도 있었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지금에야 알게 된다. 어느덧 서른 후반이 되었지만 인간관계는 여전히 어렵고 나는 아직도 서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