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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산들 Mar 05. 2020

인간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친구와 연락이 끊기는 이유

[사진출처: unsplash@markusspiske]


호주 워킹 홀리데이 시절, 대부분의 워홀러가 그렇듯이 방값을 아끼기 위해 한국인 두 명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함께 생활한 J는 나보다 한 살이 어렸고, 라이언은 나보다 두 살이 어렸다. 우린 특별한 일이나 약속이 없으면 하루 세 끼를 함께 먹었고 각자 알바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잠시 떨어져 있었음에도 서로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내가 제일 먼저 호주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게 되었는데, 귀국 전날까지도 이 동생들과의 헤어짐이 싫어 호주 생활을 6개월 더 연장할까 심히 고민할 정도였다. 헤어지는 순간에 느꼈던 진한 아쉬움의 감정이 지금도 남아 있다. 우린 이 멤버끼리 꼭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자고 다짐을 하면서 헤어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한 동안은 그 동생들이 생각나 너무나 허전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함께 맥주를 마시던 일, 저녁에 산책하던 일, 주말에 한국 드라마를 봤던 일 등등. 지금 생각해 보면 평범한 일상들이었지만 함께 했던 그 순간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었다.


대부분의 관계에는 끝이 있다


하지만 우리 세 명은 다른 환경에 적응하느라 연락이 뜸해졌고 가끔 연락을 해도 예전 같은 돈독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동생들과 행복했던 기억은 이제 내게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우리 셋이 모인지도 어느덧 7년의 세월이 흘렀고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시절이 그립고 동생들이 생각나 오랜만에 라이언에게 연락을 했다. 답장이 없을까 봐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답장이 왔다. 라이언은 잘 지내고 있었고 호주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다 최근에 정비소를 차렸다고 했다. 오랜만에 소식을 들어 반갑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답장에서 반가움과 친근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말


우리가 멀어진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때는 가족과 떨어져 먼 타지에서 생활한다는 것, 20대 후반에 진로와 취업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는 것, 호주 생활에 대한 설렘과 한국에 대한 그리움까지. 우리 세 명은 같은 고민을 갖고 있었고 서로 위로해 주면서 쉽게 가까워졌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후 각자의 생활이 시작되면서 우리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한 때는 내가 소중한 인연을 잘 챙기지 못했다고 자책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깨닫게 된 점은 대부분의 인간관계에는 유통기한이 있고 때론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그 끝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아주 뻔한 말이 오늘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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