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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가주 Oct 28. 2022

학교 가는 길

아줌마도 꿈이 있답니다

일주일에   나는 근처 컬리지에 있는 영어수업을 들으러 간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집안을 대충 정리해놓고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집을 나선다. 동네에 있는 스타벅스 앞에 정차하는 버스를 타려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야 한다. 딸이 다니는 미들스쿨을 지나  사거리 도로 앞까지 가면 제프리 트레일이라고 하는 산책 코스가 있다. 분주한 아침이지만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을 많이   있다. 잔디를 깎는 아저씨, 혼자 달리기 하는 남자. 삼삼오오 커피를 들고 이야기하며 운동하는 여자들. 나는 금방 싱그러운 마음이 되어  산책길에 동행한다.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하지만 산책길은 금방 끝이 나고 나는 다시 건널목을 건너 버스 정류장 앞까지 간다.  시각 55분마다 다니는 버스를 놓치면 수업을 들을 수가 없다. 정류장에서 학교까지는 5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처음에는 긴장하며 버스를 탔다. 흑인 운전사 아저씨의 경쾌한 ‘good morning’ 듣기 전까지는.


바코드를 찍어 버스를 타면 마주 보고 있는 좌석들이 쭈욱 늘어져 있는데 빈자리는   남아 있지 않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업을 들으러 가는 어린 대학생들이다. 뿔테 안경을 끼고 고등학생처럼 장난기가 많아 보이는 인도 남학생, 자기 몸보다 커다란 베이지색 가방을 메고 있는 갈색 머리의 남학생, 머리에 히잡을 두른 여학생들은 버스 안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역시 학교로 향한다. 스티브 잡스처럼 생긴 40대의 아저씨도 있는데 어쩌다가 나랑 나이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나도 학생이 되어 오랜만에 캠퍼스 교정을 걸으면 기분이 우쭐해진다. 나는 비록 esl과정이지만 내가 공부하고 싶은 미술사 강의를 듣는 마음으로 잔디밭을 건너간다. 언젠가는 저 건물에서 나도 공부할 거야! 하면서. 수업 듣기 전에는 파란 파라솔이 있는 자리에 가서 책을 편다. 지난번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도 하고 블루투스로 연결된 팟캐스트를 듣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며 파란 하늘을 한번 보고 또 푸른 잔디밭을 거닐고 있는 학생들도 쳐다본다. 다시 꿈을 꾸는 젊은이가 되어 씩씩해진 마음으로 강의실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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