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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가주 Oct 29. 2022

작은 기쁨

일상의 소소한 행복찾기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 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   올리브 키터리지, 124쪽  

   


읽고 있는 책에서 나온 문장을 계속 생각해본다. 나에게  기쁨과 작은 기쁨은 무엇이었는지.

인생의 바다에서는 늘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지만 소소한 작은 기쁨들 덕분에 그래도 지금까지 잘 헤치며 살아온 것 같다.‘삶을 지탱해 주는’ 가족들이지만 그 때문에 고통과 절망감을 느낄 때도 있다. 인생을 살아가며 피할 수 없는 슬픔들도 어찌 보면 ‘큰 기쁨’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삶은 결코 큰 기쁨만으론 채울 수 없다는 걸 안다. 고통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누리는 사람은 단단해 보인다. 그런 기쁨을 알아보고 느끼고 만족하는 사람은 빛나보이니까.     


요즘 나에게 ‘작은 기쁨’은 선선해진 저녁 시간에 아이들과 걷는 산책이다. 어제는 저녁을 먹은 후 물 한 통을 들고 단지 입구에 있는 도서관까지 두 아이와 함께 걸었다. 아이들은 줄넘기를 할지, 자전거를 탈지 고민하더니 결국은 깡충 줄넘기를 하며 도서관 앞까지 갔다. 도서관은 학교 앞에 있는데 매일 아침에 보던 길도 밤에 보니 새로워 보였나 보다. 불 켜진 상점들을 구경하고 놀이터에 나와있는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또다시 깡충 줄넘기! 나는 아들이 뛰다가 또 무릎이 깨질 까 소리친다.

 “뛰지 마, 천천히!!”

     

비가 온 뒤 조금 서늘해진 밤 산책은 하루 동안의 피로를 누그러뜨린다. 근처에 새로 생긴 로봇 카페를 밖에서 눈으로 구경하며 아이들은 신기하다 감탄하고, 옆의 슈퍼에서 간식거리를 고르는 아이들의 눈은 반짝인다. 그건 너희들의 작은 기쁨이겠지.   

  

집에 머물러있는 시간이 많은 요즘 같은 날들엔 ‘작은 기쁨’을 구하는 일이 중요하다. 꾸벅 졸리는 시간에 나를 위한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잔을 만드는 일, 토스트기에서 방금 구운 식빵에 내가 좋아하는 버터를 슥슥발라 설탕을 뿌려먹는 일, 알라딘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잔뜩 장바구니에 담는 일, 아이들이 잠든 후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맥주 홀짝거리며 보는 일, 시원한 마스크 팩을 얼굴에 올려놓는 일, 앞산에 올라 흐르는 계곡물에 발 담그며 멍 때리는 일, 유튜브에서 내가 좋아하는 폴 킴의 노래를 플레이하고 듣는 것.  

   

나에게도 항상 ‘작은 기쁨’들은 존재한다. 큰 기쁨을 구하느라 애쓰지 말고 이런 작은 기쁨들로 내 삶을 꽉 채우고 싶다.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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