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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가주 Oct 19. 2022

일상에 스며든 예술

행복한 청소부 아저씨

이 책은 독일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의 이야기이다.아저씨는 항상 깨끗하고 새것처럼 보일 정도로 표지판을 닦았다.어느 날 한 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듣고 표지판에 있는 이름이 작가와 음악가들의 이름이란 것을 알게 된 아저씨는 예술가들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음악을 찾아 듣고, 작가가 쓴 책을 찾아 읽으며 아저씨는 예술에 깊이 빠지게 된다.일을 하면서 아저씨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음악과 문학에 대해 스스로에게 강연을 한다.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아저씨에게 박수를 치며 칭찬의 말을 주고받는다.유명해진 아저씨는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고 청소부로 남는다.     



청소부 아저씨는 자신이 닦고 있는 표지판 이름의 의미를 알기 전에도 삶에 만족했다.동료들도 칭찬하고 아저씨 스스로도 인생에서 바꾸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으니까.그런 아저씨에게 삶의 혁명이 시작된다.매일 닦는 표지판 ‘글루크’가 음악가의 이름인줄 모르고 그동안 그토록 열심히 닦기만 했다니.어찌보면 오로지 ‘깨끗함’에 의미를 두고 열심히 닦기만 했던 아저씨가 우둔해 보이기도 하다.충격을 받은 아저씨는 ‘그건 안되지.이대로는 안돼.’라고 생각한다.변화된 삶의 시작이다.



음악과 문학에 대해 문외한인 아저씨는 아저씨답게 우직한 방법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오페라 공연을 가고,레코드 플레이어를 사서 밤새 음악을 듣고 작가들의 작품을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는다.그러자 점점 아저씨의 일상속에 예술이 자리잡기 시작한다.표지판의 이름을 보며 그 예술가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음악과 작품들로 아저씨의 일이,삶이 더 풍성해진다.     



‘이렇게 아저씨는 멜로디를 휘파람으로 불며,시를 읊조리고,가곡을 부르고,읽은 소설을 다시 이야기하면서 표지판을 닦았어.’     


예술이 스며든 일상은 아름답다.매일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 녹아든 예술은 현실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예술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청소부 아저씨의 삶은 예술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예술을 알기 전의 삶도 행복했지만 알고 난 후의 세상은 달랐을 것이다.똑같은 것을 보고도 상상하는 능력과 더 깊이 사유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스스로가 더 멋진 사람이 되었다.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은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워 보인다.현실너머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아저씨의 마음속에 싹튼 것이다.     


 ‘예술의 반대말은 추함이 아니라 무감각’(예술수업,오종우,p35)이라고 한다.무감각한 삶은 무미건조하고 생명력이 없다.무감각한 일상에 예술은 아름다움을 더해주고,좋은 안목으로 세상을 보게한다.나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을 찾아 나서는 일은 매번 가슴을 뛰게 한다.미술관에서 마주친 한 점의 그림으로 마음이 그득해지고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멋진 음악을 들을 땐 평범한 일상이 말랑말랑해진다.클래식 fm으로 하루를 시작하고,책을 읽고 글을 쓰고,그림책 속 좋은 그림들을 감상하며,베란다 창 밖에 있는 초록을 감상하는 일은 내 일상의 예술이다.처음엔 의도적으로 습관을 들이려 노력했지만 이젠 일상에 스며든 나의 삶이다.아저씨도 처음엔 좋은 음악을 듣고,작가들의 책을 찾아읽는 노력과 시간을 들였지만 이젠 그 모든 것이 아저씨의 삶 자체가 되었다.예술이 일상에 스며든 삶이다.     


교수로 와달라는 부탁을 거절하고 청소부의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아저씨는 계속 행복한 삶을 살것이다.아저씨가 닦는 표지판은 앞으로도 새것처럼 반짝일테고 아저씨의 삶은 더 빛날테니까.교수가 되어 강연을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삶도 좋지만 오로지 자신의 일상의 즐거움을 위한 예술적 삶도 충분히 행복하다.     



‘나는 하루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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