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법
모두가 나간 오전 시간, 혼자 있는 아침을 좋아한다. 설거지거리는 쌓여 있고 거실은 엉망이지만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소파에 앉는다. 거실 창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면 시원한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며 집 안의 텁텁한 공기를 내보낸다.
아침부터 해가 눈부신 여름, 노란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가을, 앙상하고 마른 나뭇가지에 찬 바람이 부딪히는 겨울, 연둣빛 새순이 봉긋 솟아오르는 봄. 사계절 모두의 아침을 좋아한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가방에 노트북, 책 한 권, 노트 한 권, 밑줄 그을 연필 한 자루를 넣어 집을 나선다. 혼자 카페에 가기 위해 집 안은 대충 정리해놓고서. 아들이 하교하는 시간 2시까지 난 자유부인이 된다. 동네 엄마들과의 커피 타임도 좋지만 혼자 보내는 아침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며 침침한 눈을 자꾸만 비벼도 카페에 일단 가면 두세 시간은 거뜬히 혼자 있을 수 있다. 중간중간에 메일 체크, 톡 확인, 오는 전화도 받긴 하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홀로 느끼며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의 행복감은 설명할 수가 없다. 누구는 혼자 밥 먹는 것도, 혼자 쇼핑하러 다니는 것도 쑥스럽고 어색한 일이라고 하지만 글쎄. 혼자 다녀 본 사람은 혼자여서 더 자유롭고 즐겁다.
집 앞의 작은 카페엔 북적거리지 않아 좋다. 그 집의 스페셜한 수제 자몽 티나 조각 케이크 한 조각이면 아침은 충분하다. 커피 한 모금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의 기분이란. 게다가 창 밖에 푸르른 나무들이 있다면 더 좋다. 야외 정원이 있는 카페에서는 가끔 하늘을 보며 다리를 쭈욱 뻗어 간단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연필로 사각사각 밑줄을 그으며 좋은 문장을 발견했을 땐 나도 모르게 노트를 펴서 옮겨 적고 싶어 진다. 옆에 앉아 있는 손님들이 떠드는 소리, 누군가 전화하는 소리,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모두가 하나의 하모니가 되어 그날의 분위기를 만든다. 나는 마치 마감을 코앞에 둔 작가님이나 바쁜 비즈니스 우먼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왠지 우쭐한 기분까지 드는 것 같다.
카페에서 하는 공부는 다양하다. 영어 북클럽에서 읽고 있는 원서를 오더블의 도움을 받아 들으면서 눈으로 읽기도 한다. 그리고 핸드폰에서 모르는 단어도 찾아 단어장에 저장해 두고.
엄마 북클럽에서 읽을 책도 열심히 읽는다. 어떤 날은 집중이 되지 않아 읽은 문장을 계속 되풀이해서 읽기도 하지만 카페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아 시간을 쪼개야만 그날의 미션을 다 수행할 수가 있다. 블로그 글쓰기도 그렇다. 누가 뭐라 시킨 것도 아닌데 나 스스로 마감을 지키며 오늘은 어떤 글을 써야 하나 고민도 한다. 배가 출출해지면 샌드위치나 스콘 하나를 추가해서 먹기도 한다.
다음에는 또 뭘 공부해야 하나. 어떤 모임에 참여하면 재밌을까를 매일 연구하는 일은 즐겁다. 누군가는 참 피곤하게 산다고 하지만. 매일 카페에서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날 준비를 한다. 매일매일 조금씩 지는 것. 당장 느끼지는 못하지만 나는 카페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나아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커피 한잔의 값으로 혼자만의 값진 여행을 매일 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