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상
팍팍하고 힘든 날이 계속되었다. 가정 불화로 청소년기를 마음 둘 곳 없이 방황하며 겉돌며 살았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은 슬픔과 눈물을 삼키며 나로서 살지 못했다. 의미 없는 웃음과 이야기, 겉으로만 잘 사는 척하며 마음이 시든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참 아깝다. 그 시간들이. 좋은 문장들이 주는 힘은 오래가지 못했고 사람으로 위로받으려고 했으나 나의 자존감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고개는 숙여졌다. 무엇을 하든지 잘하고 싶었지만 번번이 쓰러지고 무너졌다. 환경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문제였다. 환경을 탓하며 살고 싶지만은 않았다.
내가 나로서 온전히 바로 서고 싶었다. 머릿속의 생각들은 팽팽 돌았고 행동으로 옮기기는 힘들었지만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어 조금씩 성장했다. 40대가 넘어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새로 배우고 엄마로, 나 자신으로 설 수 있었다. 지금 40대 후반, 나의 앎이 성장이 멈춰 완전한 내가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남편과 투닥거리고 싸우고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며 갱년기로 하루에도 열두 번은 감정이 오르락내리락거리는 평범한 아줌마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아직도 찾아 헤매는 아직 철이 안 들고 야무지지 못 한 사람이다. 이런 내가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한 글이다. 그 시작은 책이었고 그림이었고 사람이었다. 매일매일의 작은 행동이 쌓여 조금씩 여물어가는 나를 만나고 있다.
조그마한 동네의 새로 지은 도서관에서 시작한 작은 독서 모임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함께 읽었던 수많은 책들의 문장과 혼자 밑줄 그으며 탐독했던 미술책들,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 덕분에 용기를 내고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었다. 이젠 먼 곳 캘리포니아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지만 내 마음은 그때 읽었던 책과 문장들이 맴돈다. 지금도 여전히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지만 조금 더 많은 엄마들이 책을 읽고 감동하며 일상의 팍팍함을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시작은 한 권의 책, 하나의 그림으로부터이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 ‘바다 건너 북클럽’을 시작할 때이다.
50을 앞에 두고 있는 나는 여전히 서투른 사람이다. 사춘기 딸과의 감정싸움과 에너지 가득한 아들과의 줄다리기, 나와 다른 성향의 남편. 가족이지만 매일 다툼이 있고 갈등이 있으며 크고 작은 문제들이 나를 위축시킨다. 그럼에도 매일 나아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싶지는 않다. 먼저 ‘나를 챙기기’. 내 몸과 마음을 살피는 일은 언제나 어렵지만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의식과도 같은 나의 루틴이다.
별다를 것 없는 아줌마의 일상 속에서 나는 보물 같은 반짝임을 캐내려고 노력한다. 매일 걷는 길, 매일 청소하는 집, 매일 읽는 책 속에서. 도돌이표처럼 늘 되풀이되는 일상. 그런 일상이 지겨움이 아니라 늘 새로워지는 기분으로 하루를 가꾼다. 그러다가 모든 게 귀찮아지면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넷플릭스를 켜고 드라마를 정주행 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힘은 사람에게서, 좋은 생각과 일상의 아름다움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그것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