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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껍질 Jul 09. 2024

다시, 우에노

도쿄라는 브랜드 (10/10)





다시, 우에노


여행은 시작과 끝이 있는 하나의 이야기와 같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수미상관, 우에노에서 시작된 도쿄 여행은 우에노에서 끝이 났다. 도쿄의 첫인상이 되어준 도시였다. 익숙한 골목이나 가게가 보일 때마다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하코네에서 출발해서 신주쿠역까지 도착했을 때에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카페, 지하철, 로만스카 등 어디서든 앉기만 하면 발이 욱신거렸다. 땀과 여름의 습기를 머금은 샌들 가죽에서 색이 묻어 나왔다. 발바닥이 새까매져서, 누가 봐도 오래 열심히 걸은 티가 났다.


마지막 숙소인 랜드어바웃 도쿄에 체크인한 후, 숙소를 구경하고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와 간식을 샀다. 방 창문으로는 사거리와 도쿄의 밤 풍경이 보였고,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는 감성에 젖기에 딱 좋았다.


4박 5일 동안 경험한 도쿄라는 브랜드는 생각보다 훨씬 다채로웠고, 멋졌다. "서울이랑 비슷해", "대도시야" 같은 말로 뭉뚱그릴 수 없는 수많은 디테일들이 있었다. 여행자의 특권은 낯설게 보고, 새삼스럽게 자세하게 보는 것이다. 현지인이 익숙함에 속아, 알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한다. 공간이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도쿄 여행은 그런 여행자의 특권을 마음껏 누린 시간이었다.

항상 카메라를 메고 다녔음에도 많은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여행 내내 한 손에 캐리어를 드느라 손이 부족했고, 빡빡한 일정으로 내내 분주하게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을 추억할 수많은 생생한 기억들이 남았다.

크로스 백을 매고 케리어를 야무지게 챙겨서 딸을 따라오는 엄마의 모습, 정돈되고 깔끔한 거리, 디테일하고 아름다웠던 옷과 물건들, 일본 사람들의 몸에 베인 배려와 존중 같은 것들이다.


벌써 도쿄에 다녀온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다음에는 또 어디를 갈까, 하며 또 떠날 핑계를 찾고 있다. 엄마와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내손으로 계획해서 다녀온 여행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안녕 도쿄!




우에노의 마지막 밤


일본의 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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