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쉰 변명과 다짐
아침 5시 40분.
기상을 알리는 휴대폰 알람소리에 눈을 떠보니, 브런치 알림이 3개가 와있다.
- 2시간 전, 팔로워가 50명을 돌파했습니다!
- 2시간 전, ooo님이 내 브런치를 팔로우합니다.
- 2시간 전, ooo님이 라이킷했습니다.
연재를 멈춘 지 3주가 되었건만
가끔씩이나마 팔로워가 늘고, 내 글에 라이킷을 눌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글을 안 쓰고 있는 마음을 무겁게 했다.
* 연재를 잠시 중단한다는 글을 쓰려고 했으나, 그것조차 쓰지 못하(않)고 있었다.
2월 16일, 캐나다의 Family Day를 포함한 연휴에 여행을 핑계로 연재를 미루고
이후 손을 놓고 있었다.
매주 한 편씩 글을 쓰며,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 허무함(요즘 말로 현타)이 오곤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6시 20분에 출근하는 남편 얼굴도 못 보고 7시에 겨우 일어나던 내가
캐나다에서는 아침 5시 40분에 일어난다.
아이들 점심 도시락 2개와 스낵타임 간식 2개를 싸고 다른 종류로 아침식사를 차린 뒤
6시 50분에 아이 둘을 깨워 아참밥을 먹인다. 그러고 나면 8시.
아이들에게 옷을 입게 하고 8시 15분경 차로 8분 거리에 있는 학교에 아이들을 데려다준다.
학교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8시 35분에 교문이 열리면 아이들을 내려주고 집 쪽으로 향한다.
주 2~3일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트나 은행에 들러 볼 일을 보고 집에 오면 10시.
집에 오자마자 노트북을 펼치고 브런치에 접속한다.
매주 목요일(한국시각으로는 금요일)에 연재를 하니, 월화수 3일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글을 쓰곤 했다.
이전에 연재한 <너무나도 사적인 ADHD이야기>는 어느 정도 글을 써놓은 뒤에 브런치를 연재하기 시작했지만,
<캐나다에는 무지개가 있을까?>는 충동적으로 연재를 시작했기 때문에 매주 그때그때 글을 써야만 했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은
- 아이들이 배울만한 것이 뭐가 있을지? 어디에서 하는지? 등록은 어떻게 하는지?
- 아이들 학교 준비물, 운동용품은 어떤 것을 사야 하는지?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어디가 저렴한지?
- 봄방학 프로그램*은 뭐가 있는지? 어디에서 하는지? 등록은 어떻게 하는지?
- 여름캠프*는 뭐가 있는지? 어디에서 하는지? 등록은 어떻게 하는지? 평가는 어떤지?
- 주말에 어디에서 뭘 할지? 어떻게 가는지? 주차는 어디에 하는지? 식사는 어디에서 할지? 주의할 점은 없는지?
- 방학에는 어디로 여행을 갈지? 추천 시기가 언제인지? 나 혼자 애들이랑 갈만한 곳인지? 비용은 어느 정도 드는지?
알아볼 것이 많아도 너무 많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맨땅에 헤딩해야 하고,
문의 이메일을 보내놓으면 깜깜무소식이라 전화를 걸면 연결되기까지 2~30분은 대기음을 듣고 있어야 하는 캐나다. '그나마 ChatGPT와 Gemini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지, 예전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은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알아보고 해결했을까?'싶다.
이렇게 내내 컴퓨터를 하고 있다 보면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할 시각 1시간 전.
출발하기 전에 아이들이 집에 오자마자 식사할 수 있도록 밥을 올려놓고, 메인메뉴도 반조리해놓는다.
캐나다 학교에서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추우나, 더우나 Recess(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논다. 게다가 점심도 10분 이내로 간단히, 빨리 먹고 나가서 노는 터라 3시 30분 전후에 집에 오면 아이들이 허기져해서 4시 30분~5시 사이에 이른 저녁을 먹는다.
이렇게 집에 혼자 있는 4시간 반은 내내 소파, 노트북과 한 몸이 되어 지내다 보니
- 여기가 캐나다인지? 한국인지?
- 내가 뭘 하러 여기에 왔는지?
- 캐나다에서 지내는 1년 내내 집에 앉아만 있다가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연재를 멈춘 김에 계속 쉬었던 것이다.
'나도 캐나다에서 좀 즐겨보고 싶어서!'
'나도 캐나다에서 뭘 좀 하고 갔다! 하고 싶어서!'
북미에서 많이 한다는 피클볼(Pickleball)이라는 것을 시작하고, 현지 교회에서 하는 영어수업도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잠시, 혹은 캐나다 생활을 마무리할 때까지 브런치는 접어두기로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에 팔로잉, 라이킷이 다시 돌을 던진 것이다.
3주간 글이 연재되지 않을 때마다
'[글 발행 안내]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로 완성해 보세요.'라는 브런치 알림이 와도 무시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보다도,
큰 결심으로 온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기록하지 않으면
나와 아이들의 화창한 시간을 바람에 흩어지는 볍씨처럼 흩날려 보내게 될 것 같아서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다시 시작해 보자! 현실적으로 주 1회의 약속은 못 지킬지라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팔로잉, 라이킷과 같은 긍정적인 자극이 더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우리 아이들을 긍정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고 말하자! 또한 다짐해 본다.
* 언젠가 글로 쓰겠지만, 자유로운 캐나다에 와서인지 아이들은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날뛰는 통에 저는 '잔소리만 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캐나다에 온 애초의 목적과 다르게요.
또, 저 스스로 저의 밑바닥을 보는 것 같은 나날의 연속입니다. 아이들에게 거칠어져가는 제 모습을 자각하며 '나도 이렇게 아들 둘 엄마가 되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글을 한 주 건너뛰거든 '이 엄마가 애들이랑 전쟁하느라 정신이 없구나.' 혹은 '이 엄마가 뭘 열심히 알아보느라 시간이 없구나.' 혹은 '이 엄마가 캐나다 생활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구나.'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봄방학, 여름방학 캠프
- 3월 마지막 주 2주간은 봄방학, 6월 말~8월 말 2개월간은 여름방학으로 각지에서 다양한 캠프를 운영함.
- 캐나다의 캠프는 영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체험(스포츠, 과학, 예술 등)이 가능해 전 세계에서 참여함.
- 때문에 1월 초부터 사전, 선착순 접수하는 많은 캠프들이 일찍 마감되어 정보력과 빠른 손놀림이 중요함.
- Metro Vancouver 지역의 대표적인 캠프로는 Science World Camp, Qwuanose, Jubilee, UBC Summer Camp, UBC Geering-Up Summer Camp, Uvic Science Venture, Mac Sailing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