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깔의 블럭이 바닥을 향해 내려온다. 올라갈 수는 없고 떨어지기만 하는데 빈칸에 잘 맞춰서 위치를 잡아야 한다. 문제는 속도와 블럭 모양이다. 내가 기대하는 블럭은 가까스로 나오고, 속도는 레벨이 오를수록 빨라진다. 원하는 블럭이 나올 때까지 지금 나온 블럭을 잘 쌓아두는 게 일이다.
그래서인지 테트리스라는 말은 짐이나 혹은 냉장고에 무언가를 넣을 때 비유적으로 잘 쓰는 말인 듯 하다. 특히 여행을 가기위해서 가방을 쌀 때 많이들 '테트리스' 한다고 지칭한다. 물건을 제거할 수는 없고, 그렇다면 정리해야만 한다는 개념이 블럭을 없애야 점수를 얻는 게임의 이름이라는 게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다.
테트리스는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게되면 삽시간에 빈 칸이 해결할 수 없을만큼 누적된다. 게임을 하다가 그걸 보고 있으면 작은 실수가 연거푸 쌓여서 결국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기억이 떠오른다. 개학을 앞두고서 밀린 일기를 쓴다던가, 대학교 때 실컷 놀다가 졸업을 앞둔 막학기에 학점을 채우려고 빡빡한 시간표를 감당해야 한다던가.
하지만 테트리스의 짜릿함은 역시 한 칸을 비워놓고 긴 'I' 블럭을 기다리다가 나오는 그 순간 아닐까? 요즘은 혼자만 하는 테트리스보다는 여럿이 한꺼번에 하는 테트리스가 더 많은 것 같다. 한꺼번에 줄을 제거하면 상대방에게 엄청난 블럭이 쏟아진다. 감당하지 못한 상대방이 탈락하면 살아 남았다는 생각에 마음을 놓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 들이닥치는 공격. 배틀그라운드 같은 FPS 만 긴장감이 넘치는 게 아니다.
테트리스 게임 세계에대결 구도가 도입 됐다는 건 게임 양상을 크게 바꿨다고 본다. 예전에 한게임였나? 테트리스에서 아이템 전을 했을 때는 정말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했다. 공격이 매웠다. 남는 사람이 대단해보일정도로 였다.
속도 정도만 버티면 어떻게든 되었든 시대에서 이제는 모든 이들과 경쟁을 해야하는 시대다. 닌텐도에서 나온 <테트리스99>는 시대를 반영한 느낌마저도 든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누가 나를 공격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닥친 어려움을 어떻게든 딛고 살아남아야만 한다. 최후의 5인까지 가본 적은 없지만 혹여나 가게 된다면 이제 공격해야할 이는 명확해진다. 약해보이면 공격이 몰려든다.
테트리스는 아마도 이후에도 계속 사랑 받을 거다. 보드게임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계속 사랑받는 게임 타이틀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너무나도 부럽다. 열심히 하면 될까? 전설같은 시대가 지나가고 지금은 새로움 보다는 완성도를 확보하는 게임이 더 많아진 듯 하다. 테트리스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옷을 입고 등장할지 모르겠다. 다만 나도 일생에 이런 타이틀 하나 정도는 내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