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아기 오리』 또는 『미운 오리 새끼』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이렇게 불렸는데, 요즘 번역되어 나오는 책은 순화된 제목으로 바뀌었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에 하나이다. 동화나 소설이나 모두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점은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구분 짓는 것은 작가나 출판사일 텐데, 둘을 구분하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는 없다. 왜냐하면 동화와 소설 모두 이야기라는 점에서 동일한 형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관심이 있는 것은 '자기 이해'이다. 나와 독서토론 수업을 하는 학생들은 내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영향을 받아서, 텍스트를 읽고 주제를 찾으라고 하면 기계적으로
"주제는 자기 이해죠."
"이 소설은 자기 이해를 다루는 것 같네요."
이렇게 이야기한다. 틀린 말은 아닌데, 모든 텍스트가 동일한 이야기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니까.
텍스트를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세계 안에 놓여 있는 내가 자기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적 해석학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꽤나 의미 있는 작업이다. 나는 이것을 나의 사명으로 여긴다.
안데르센의 『미운 아기 오리』는 자신이 속해 있는 상황을 이해하면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은 예기치 못하는 상황들로 가득하며 부정적인 자극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아기 오리는 백조를 보고서 자신이 백조가 되기를 꿈꾸며, 나중에는 자신이 백조의 무리에 합류하여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미운 아기 오리』를 읽고 나서 학생이 이렇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근데 백조 알이 어떻게 오리 알이랑 섞인 거예요?"
"정말 훌륭한 질문입니다. 우리가 속한 상황에 대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없어요. 그냥 시작하는 겁니다. 여러분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여러분의 기억이 어떻게 시작되나요? 여러분이 기억하는 제일 처음 사건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제한되어 있어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세계-내-존재라는 것뿐이에요. 거기서 시작할 수 있죠."
조금 어려운 용어가 나왔는데, "세계-내-존재"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나오는 핵심 용어이다. '세계'는 모든 존재자를 포함하는 것을 말하며, '내'는 안(內)을 말한다. '존재'는 있는 모든 것을 말하는데, 현대 철학에서 다루는 존재는 일반적으로 사람을 지칭한다고 이해하면 조금 수월하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존재는 세계 안에 있기 때문에 세계 밖에서 이해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존재는 철저하게 세계의 영향력 안에 있으며,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자들에 의해, 그리고 역사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자를 꼽는다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그리고 하이데거이다. 칸트와 하이데거에 대해서는 『순수이성비판』과 『존재와 시간』을 다루는 글에서 다시 이야기할 예정이다)
안데르센의 『미운 아기 오리』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과 철학적 해석학의 도움을 받아서 이해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미운 아기 오리』는 자기 이해에 관한 소설 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운 아기 오리』에서 미운 아기 오리가 겪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학생들과 내가 찾은 부분은 이 정도인데, 아마도 더 많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
부정적인 자극 - 두려움, 동정, 고난, 차별, 역경, 아픔, 마음 상처, 착각, 가출, 결단, 시련, 죽음, 편견, 선입견, 버려짐, 부러움, 따돌림, 오해, 사고, 자리에 맞지 않는, 구박, 차별, 좌절, 눈물, 동상(凍傷), 고아, 배고픔, 추위, 나쁜 별명, 못생김
긍정적인 자극 - 꿈, 리쿠르팅(섭외), 이쁨 받음, 도움, 위로, 시도
『미운 아기 오리』에서 오리는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행복을 찾는 여정에서는 부정적인 자극들이 더 많이 나타난다. 긍정적인 자극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것을 붙들고 버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찾는 행복도 비슷하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인데, 행복은 부정적인 자극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부정적인 자극이 행복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행복의 여정 가운데 부정적인 자극을 직면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오해해서는 안 되는 부분. 부정적인 자극이 행복을 이끄는 것도 아니며, 부정적인 자극이 행복의 다른 면이라고 여기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다음은 『오즈의 마법사』를 다룰 예정이다. 『미운 아기 오리』는 혼자서 진행하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오즈의 마법사』는 팀플로 진행하는 이야기이다. 혼자서 행복을 찾는 여정도 멋지지만, 팀과 함께 하는 여정은 더 멋지다.